확고한 「수령」 지위 승계/김정일 당·정·군 완전장악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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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당총비서·국가주석직 분리 가능성 일축/후속인사서 간부 세대교체 여부도 주목
북한은 예상대로 12일 방송을 통해 『김정일이 당·정·군의 최고수위에 올랐다』고 밝힘으로써「단일지도체제」로 권력 승계가 완결됐음을 확인했다.
그동안 항간에 나돌던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나 당총비서·국가주석의 분리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북한이 평양방송을 통해『수령의 유일한 후계자인 지도자동지를 당과 국가·혁명무력의 최고수위에 높이 모시게 됐다』고 선언한 것은 김정일이 당총비서·국가주석·국방위원장 자리에 앉게 됐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일보가 12일자(1,3면)에서 북한이 11일 오후 11시 TV로 공개한 김일성시신과 김정일이 이끈 당·정·군 고위간부들의 조문행사를 면멸히 관찰,김정일 승계가 완결되고 김정일 단일체제가 가시화됐다고 분석한 것이 정확했음을 재확인해주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김일성 사망 당일 당·정·군의 핵심지도자들이 참석한 비상확대정치국 회의를 비밀리에 열어 김정일 승계를 확정하고 ▲11일 당중앙위원·후보위원·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등을 평양에 긴급 집결시켜 이날 저녁 당·정 연합회 의를 열어 장례식에 관한 결정들을 채택하는 한편「김정일 추대」분위기를 고취했을 것으로 분석했었다.
평양방송이「최고수위로 높이 모시게 됐다」고 표현한 것은 김정일이 이미 당총비서(당중앙군사위원장 당연직)와 국가주석에 추대됐음을 확인해준다.
김은 지난해 4월 이래 「전반적 무력을 지휘통솔하는」국방위원장을 맡아오다 이번에 당총비서·국가주석을 승계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북한의「수령」이 된 것이다.
이와함께 평양방송이『김정일의 영도를 높이 받들어 주체혁명 위업의 완성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을 강조한 것은 김정일시대의 과제가 김일성시대와 마찬가지로 ▲북한식 사회주의 ▲통일등이라는 점을 확인해준다.
한편 북한은 김일성이「김정일을 중심으로 일심 단결하고 그의 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어 나가라」고 당부한 유훈을 상기시키는 보도를 12일 내보냈다.
이로써 김정일의「수령」으로서의 지위는 확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령―당―인민대중의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라는 북한의 정치논리에 따르면 수령은 생명체의「뇌수」같은 존재로 이해된다.
때문에 수령은 「선출」되기보다 「추대」되는 존재이고,인민들은 수령을 목숨으로 사수하게 돼있어 그의 권위가 절대화된다. 장례식이 끝나면 주민들의 비통함을 털어버리게 하고 「김정일중심으로 새 시대를 연다」는 식의 거창한 정치집회를 가질게 분명하다.
따라서 장례식후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공식적으로 열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집회에서는 그의 권위를 한껏 높이고 그를 중심으로 일심단결토록 촉구하게 될 것이고 잇따라 전국적으로 충성과 지지집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김정일은 당장 당·정·군간부들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당장 자신의 총 비서 선출에 따른 후속인사,즉 당조직·선전비서를 선출해야 한다.지금까지 노동당에서 조직과 선전선동이 가장 중요했다고 볼때 이 자리에 누가 앉느냐는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비서와 선전비서를 각각 선출할지,김정일처럼 한사람이 다 맡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다만 김정일이 북한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자신의 정책의지를 강력히 펴보이기 위해 각 부문 핵심간부들의 세대교체를 단행하게 된다면 은퇴원로들은 당·정·군 원로회의 기구에 속하게 될수도 있다. 언제가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지도부 구성상의 노·장·청 세 결합에서 장년·청년층이 기량을 발휘할수 있게 숨통을 틀 여지가 크다.
김정일을 위한 정치집회 분위기를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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