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파문 3라운드/민주당내 이념논쟁 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문 비판하면 수구세력이다”/개혁모임/“「김일성은 전범」이 당론이다”/주류측
선거운동 방식이 이번 8·2보선부터 유급선거운동체제에서 자원봉사자체제로 바뀜에 따라 그 성패 여부가 공명선거 풍토 정착과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는 보선기간동안 「자원봉사로 선거개혁」 이라는 기획시리즈를 싣 고 선거 자원봉사체제 정착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김일성조문 망언을 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들의 심각한 반발에 일단 유감표명을 했으나 14일엔 다시 『소신에는 변함없다』고 나섰다.뿐만아니라 김일성 조문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도리어 「수구세력」(박계동·서울 강서갑)이라고 맞받고 나와 조문파문이 단순히 정책·전략적 차원에서의 이견이 아니라 이념적인 차이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냉전이 끝났으니 조의를 표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이우정·전국구),『남북대화를 위해 조문을 해야 한다』(남궁진·전국구),『북한주민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해 조문이 필요하다』(이부영·서울강동갑)는 식의 논리는 역사를 망각한 주장이라는 비판 속에서 계속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중 일부는 심지어 『지금은 뺨맞을 각오가 돼 있다』며 『한달만 지나면 현재의 비난여론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발언 의원과 민주당에는 14일에도 여전히 항의전화가 빗발치는등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주류측은 주로 재야출신 개혁모임 의원들의 잇따른 조문 발언을『보궐선거를 망칠 악재』내지는 『국민정서에 앞선 발언』(이기택대표)으로 보고 있어 당내 판도가 이념적인 노선으로 재정리될 소지도 없지 않다.소장파 의원들 사이에 서도『정치는 운동과 다르다.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다』(L의원)며 개혁모임 주축의 김일성 조문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지도부는 아예 김일성을 전범이라고 당의 공식 성명을 통해 성격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조문 발언파동에 쐐기를 박았다.
이부영·남궁진·임채정(서울노원을)의원등은 14일『국제적 조문외교에서 당사자인 우리만 소외를 자청하는 것은 앞으로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하고 미·일과 북한의 직거래 상황을 자초하는등 국익에 어긋난다』며 조문사절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제기했다.
이부영의원은 14일 『미국·일본이 다 조문외교를 펴는데 막상 남북대화를 해야 하는 우리만 빠지는 것은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고 조문사절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남궁진의원은 14일『북한은 5㎿ 원전에서 나온 연료봉의 재처리 여부를 8월말까지 결정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그전에 어떻게든 정상회담등을 통해 핵문제를 타결지어야 하는데 이의 전초단계로 조문사절 파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채정의원과 장영달의원(전주 완산)도 『큰 틀의 통일전술이 필요하다』며『한쪽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평화분위기 조성 노력은 계속돼야 하고 조문단 파견은 이의 현실적 방책』이라고 말했다.
개혁모임 의원들은 특히 14일 총회에서 이부영의원을 신임 집행위원장으로,장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해 이의원등의 의견이 개혁모임 전체의 의사임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했다.
이의원은 아예 의원회관과 자택의 전화수신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리대표 비서진도 13일오후 늦게까지 시민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이의원의 경우 본인이 부인하는 가운데 「후원회원 무더기 탈퇴설」도 있다.민자당의 박범진대변인은 14일에도 『정상회담과 김일성의 죄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구별돼야 한다』고 거듭 천명했다.
민자당 일각에서는 재야출신 의원들을 겨냥해 『이들이 대한민국의 법통을 인정하는지 공개적인 검증이 없었다』며 공세를 펴고 있어 주목된다.〈김현종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