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속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세 후보 대리인 토론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0호 07면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말의 내용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음모·폭행·급습·충성경쟁 등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왼쪽부터 우상호·민병두·김형주 의원. [사진=안성식 기자]

참석자
민병두 의원(정동영 후보 측 전략기획위원장)
우상호 의원(손학규 후보 측 대변인)
김형주 의원(이해찬 후보 측 대변인)

“흥행 집착이 부른 파행, 이래선 누가 돼도…”

사회=최훈 정치 에디터
정리=김선하 기자

사회=경선 중단과 ‘원샷 경선’을 놓고 갈등이 많았는데.

민병두 의원=정동영 후보는 현재까지 치러진 8곳의 경선 중 7곳에서 1위를 했다. 축구로 치면 전반전을 7대1로 진 팀이 후반전을 일주일 뒤에 하자고 하는 식이다. 정 후보는 누구보다도 당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나를 버리더라도 당을 살리겠다는 각오로 수용한 것이다.

우상호 의원=경선 파행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 정 후보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해 선거인단에 가입시키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불법·부정 선거인단을 거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겠나. 반성·사과해야 할 사람이 갑자기 피해자를 자처하면서 대단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말해선 곤란하다.

김형주 의원=정 후보 측에서 축구 얘기를 했지만 아무 일도 없는데 규칙을 바꾸자는 게 아니지 않나. 누가 봐도 부정선수가 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까 지금이라도 경고를 하고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경기가 끝났을 때 몰수게임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회=선거인단 전수조사에 세 후보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안다. 명의 도용, 동원 실태가 어느 정도인가.

우=노 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한 혐의를 받는 (정 후보 측) 구의원 정인훈씨가 대학생 세 명을 고용해 며칠 동안 집어넣은 것이 500여 명이다. 그러면 한 사람이 1000명, 2000명 접수했다는 부분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조사해서 걸러내야 한다.

김=이 문제에 대해 당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밝혀야 한다. 부끄러운 얘기인데 지금 곳곳에서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 선거인단에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민주당 경선에 투표한 뒤 현재 신당 선거인 명부에 올라 있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민=다 조사하자.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부산에서 12만 명이 선거인단 신청했는데 그중 절반이 친노 후보 선거인단이었다. 그런데 그중 6600명이 이해찬 후보 찍었다. 그러면 나머지는 투표를 안 했거나, 명의를 도용했거나, 대리접수했거나…. 손 후보 쪽도 광주·전남에서 접수한 선거인단 숫자를 우리가 아는데 표가 그것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명의 도용을 했거나 그런 것 아니겠나.
우=조직 동원을 안 했다고 봐야지, 왜 자신들이 한 일을 가지고….

사회=경선 규칙을 만들 때 어떻게 했기에 이 지경까지 왔나.

김=처음에 룰 미팅할 때 좀 더 철저하게 했어야 했다. 어물쩍 넘어간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 당 경선위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도 있다.

우=완전국민경선이란 말에 다들 너무 빠져 있었다. 신당 지지율이 낮으니 수백만 명을 참여시켜 경선 흥행을 해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문제였다. “흥행 한번 해보자”는 말에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하고 그냥 끌려갔다.

민=당과 후보 캠프들이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상황을 봤다. 우리 자신에 대한 신뢰 역시 너무 지나쳤다. 투표도 안 할 사람을 (선거인단으로) 접수시킨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데….

사회=불법 선거 논란이 이제는 후보 간 고발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상대 후보의 문제점이 뭔가.

김=정 후보 측은 처음부터 이번 경선이 철저하게 일반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조직 대결 구도로 갈 것이란 측면에서 전체 과정을 준비한 것 같다. 불법 콜센터를 운영하고, 버스 동원이 문제가 되니까 전국에서 모인 승용차로 돌아다니고…. 우리가 당에 고발해줄 것을 여러 차례 제안했는데 당이 묵살해 어쩔 수 없이 캠프가 정 후보 측을 고발하게 됐다.

민=이해찬 캠프의 경우 사실 항공모함 같은 조직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보라. (서울 참평포럼) 회의록도 공개됐지만 당을 해체하거나 정동영의 당적을 박탈하겠다는 거대한 음모가 있지 않나. 이들이 한번 집회하면 수천 명이 모인다. 거기 비해 우리는 조직 규모가 거의 나룻배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희망·열정·신념을 누가 더 조직화해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우=그런 조직화가 결국 노 대통령 명의 도용 같은 사건을 만들어냈다. 좋게 말해 신념의 조직화지, 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겠다는 과도한 집념의 조직화다.

부산 경선 전날에도 정 후보 측이 한밤중에 차량을 모아놓고 동원계획을 세우고 있는 장소를 우리가 급습했더니 오히려 국회의원들을 폭행하고 도망갔다. 이런 일이 생겼으면 다음날 동원을 별로 안 하겠지 했더니 그 차들이 부산 시내를 휩쓸고 다녔다. 부산의 한 학원에서는 조직동원의 증거자료가 냉장고에서 나왔다.

민=150명이 차량 50대로 하는 동원도 있나. 차량 동원해서 사람을 실어 나르려면 150명이 150대를 가져와야지, 50대 가지고 어떻게 실어 나르나. 노 대통령 명의 도용 사건은 잘못된 일이지만 사실 해프닝이다. 노 대통령이 투표를 할 리 있겠나.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이해찬 후보를 위해 투표하지 않겠나.

김=이런 식이라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국민의 따뜻한 지지를 받기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정 후보 측은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는 충성경쟁의 결과라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것들이 캠프는 물론 당 경선 전체에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차량 동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내가 하면 ‘카풀’, 남이 하면 ‘차떼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우=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 자기가 투표하러 가면서 이웃 주민을 태우고 가는 것은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에서 차가 300대씩 와서 조직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실어 나르는 행위다. 정 후보 측에선 버스 운행도 자원봉사자라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민=첫날 제주 경선에서 손 후보 캠프가 버스를 동원한 걸 보고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작은 마을에서 두 명을 버스에 태우려면 그 사람들 준비하는 것을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버스 한 대 채우는 데 4∼5시간이 걸리면 맨 처음에 탄 사람은 얼마나 짜증이 나겠나.

김=그래서 (정 후보 측은) 승용차로 바꾼 것인가.(웃음)

사회=‘손학규-이해찬 연대설’ ‘정동영-김한길 당권밀약설’ 등 각종 설도 쏟아졌는데.

김=정 후보 측에서 끊임없이 ‘호남 배제를 위한 이-손 연대설’을 주장했다. 광주·전남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것이다. 당권밀약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간 열린우리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정 후보나 김한길 의원이라면 그런 개연성이 있을 수 있겠다는 의혹의 공감대를 남겼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민=이-손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이 후보 측의 유시민·이광재 의원이 비슷한 말을 했기 때문에 물어본 것이다. 당권밀약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 이번 대선은 이길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선거가 돼버렸다. 대선에 지면 후보는 정계은퇴, 2선퇴진 압박을 받을 것이고, 이겨도 국정안정을 위해 총선 물갈이가 필요한데 어떻게 밀약이 되겠나.

우=두 후보 측에서 왜 연대설에 우리까지 끌어들이는지 모르겠다. 이해찬 후보도 버럭 화를 내고 부인한 것으로 아는데 본인들이 부인한 다음에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같은 당을 하는 사람들의 예의다. 정 후보 쪽에서 한번 써먹고 재미를 보니 자꾸 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민 의원이 지금 대선에 이기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그런 자세로 경선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정 후보 측에서 서울 참평포럼 회의록을 문제 삼고 있다.

민=지금 그분들 논의를 보면 친노 신당을 만들기엔 너무 시간이 늦었다, 그러니 당 장악을 위해 정동영을 몰아내자… 이거 아니겠나. 몸서리가 쳐진다. 더 큰 문제는 이해찬 캠프의 상당수가 지금 이 후보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장외의 문국현 후보를 밀어주자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김=신당 만들자는 논의는 우리 캠프에서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참평포럼을 놓고 관권선거를 한다고 하는데 관권이란 현직에 있는 사람이 공무원 등을 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전직 장관이 열심히 뛴다고 관권은 아니다. 특히 (친노가 강한) 부산·경남은 한나라당 텃밭이라서 관권선거 자체가 어렵다. 오히려 신당에서 관권선거가 가능한 가장 완벽한 지역은 (정 후보의 강세 지역인) 전북이다.

사회=경선 결과와 본선 전망은 어떤가.

김=정 후보의 발 빠름과 조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분도 끝이 없을 것이다. 이해찬 후보 쪽에선 다소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자발성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안정되고 유능한 이 후보가 당선돼야 본선 승리가 가능하다.

우=초반에 정 후보가 몇 군데서 승리하면서 당 내부의 호남 출신 선거인단 사이에 정 후보에 대한 쏠림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기려면 수도권 표를 공략할 수 있고, 경제 문제에서 그와 맞설 수 있는 손 후보가 유일한 대안이다.

민=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매번 선거를 처음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평화·경제 전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건 정 후보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