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정바라며 득실 점검/주변 4강의 「김일성이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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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일·중·러등 한반도 주변 4강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후 그의 아들 김정일이 일단 순조롭게 권력을 승계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한이 워낙 오랫동안 계속된 1인 독재체제아래서 베일에 싸여있는 특이한 구거가인데다 김일성이란 카리스마적 존재으리 죽음이 앞으로 어떤 돌발적 상황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때무너에 신중하게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들 4강은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데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의 변화에 따른 자구거의 이해득실에 대해서는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다. 김일성주석 사망이후의 북한 권력승계과정과 앞으로의 추이를 바라보는 4강의 눈길과 대응을 본사특파원을 통해 알아본다.<편집자주>
◎미국/핵문제 민감… 우려·기대 엇갈려/혼란방지위해 긴급 경제지원 의견도
「김일성주석 이후」의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우려와 조심스러운 기대가 얽혀 있다.수수께끼의 인물 김정일,새정권의 안정성 여부,핵문제등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현안들에 대해 미국의 여론은 대처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미국정부는 사태를 주시하면서 북한핵정책에 대한 관망과 우려를 함께 표명하고 있다.현재 김정일의 권력승계에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후계자와 만날 용의」를 표명하는등 김정일 체제를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일각에서는 북한에 혼란이 일지 않도록 긴급 경제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미국의 대북대화의지가 확고함을 알리고 북한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북핵문제가 대화의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던 중요한 시점에 김주석의 죽음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대두됐으나 클린턴대통령이 이같은 대화 실현을 가능케했던 김주석의 기여에 감사를 표한 것은 적절한 반응이라는 입장이다.이 신문은 일부 「매파」들은 이공산정권을 동요시킴으로써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같은 접근은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전쟁의 위험만을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지는 대화는 계속돼야 하지만 이를 위한 준비가 절대 긴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기반이 취약한 김정일,또는 권력승계 과정에서 야기될지 모를 갖가지 불확실성과 상대를 해야될 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분석,유사시에 대비한 한반도의 군사증강을 강조하고 있다.
이신문은 북한 핵위협의 완전봉쇄도 요구하고 있다.북한핵의 과거및 현재·미래에 대한 투명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하며,그대가로 미국은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협력을 약속할 수 있다는 원칙은 앞으로 재개될 대북 협상에서 명백히 견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워싱턴=김용일특파원>
◎일본/순조로운 후계승계 일단 안도/정상회담 등 북측 대응에 촉각
일본정부는 김일성주석의 사망이 일정국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당·정 양면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김주석의 사망이 나폴리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담 참석중 쓰러진 70세 고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에게 건강문제라는 짐을 안겨준데다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도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정부는 이에따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외무성,방위청관계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한편 이가라시 고조(오십남광삼)관방장관 주재로 정세분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일정부는 10일 정세분석회의에서 김주석사망후 북한의 권력구조가 예정대로 김정일 당비서에게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일단 안도하고 있다.
일 외무성은 김정일이 장례위원장을 맡고있는데다 장례위원의 권력서열에 별변화가 없다는 점등을 들어 그의 후계는 일단 거의 틀림없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평양방송이 김정일을 김주석에게 버금갈 정도로 찬양하는데다 11일 당중앙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가 열린다는 한국 안기부정보 등을 토대로 북한에서 후계체제가 별다른 동요없이 신속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김정일의 카리스마를 김주석에 비유할수 없는데다 외교경험미숙,행정수완에 대한 의문점등 불확실한 요소도 많으며 또 김비서가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볼때 김비서체제가 어느정도 안정될 지에 대해서는 예측할수 없다게 일본정부의 입장이다.
한편 김정일체제가 제네바 북―미 차관급회의와 남북정상회담·핵개발의혹등 외교현안에 어떻게 나올지에 관해 일정부는 『이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북한에 관한 정보가 너무없다』며 판단을 유보한 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중국/“김일성동지의 유지계승 확신”/신속하고 계산된 대응책 구사
김일성북한주석의 사망에 대해 중국이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면서도 계산된 대응책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김주석의 사망이 공식 발표된지 7시간만인 9일 오후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을 비롯,장쩌민(강택민)국가주석겸 당총서기·리펑(이붕)총리·차오스(교석)전인대상무위원장등 최고지도부 공동명의로 북한에 조전을 타전,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그들의 기본 입장을 엿보게 했다.
중국은 특히 향후 북한정국 안정의 최대변수인 후계체제에 있어 김정일로의 순조로운 권력승계를 공개리에 희망함으로써 자연스레 지지를 표명했다.
조전내용중『조선인민들이 보다 나은 조국건설과 한반도의 영속적인 평화유지,그리고 부단한 전진을 위해 김일성동지의 유지를 틀림없이 계승하고 김정일동지가 이끄는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굳게단결해 나갈것임을 확신한다』는 대목은 바로 ▲김정 일을 중심으로한 단결 ▲김일성의 유지계승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라는 중국지도부의 대북한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중국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모든 언론매체들이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단결과 김일성 유지계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중국지도부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
고립무원에 처해있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할 때 후계정권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향후「북한호」의 순항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국은 그나마 남은 「충실한 아우」를 모르는채 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지도부는 장례식이 끝난 후 북한권력층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김정일이 안정적 권력기반을 확보할때까지 나름대로의 적절한 측면지원을 계속할 것이란 관측이다.<북경=문일현특파원>
◎러시아/대한반도 영향력 확보에 관심/“북 고립되지않게 도와야” 강조
김일성 주석 사후의 북한에 대해 러시아의 관계전문가들은 신중하면서도 치밀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한소 수교후 상대적으로 멀어졌던 러―북한 관계를 보다 더 긴밀한 관계로 복원해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상대적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때문에 러시아의 북한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의 후계체제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고민하고 있으며 북한의 내부 안정과 함께 북한 신정권의 안위에 위협을 줄 한반도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89년까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평양특파원을 지냈던 북한문제 전문가 알렉산드르 플라토프스키(이즈베스티야지 정치논평위원)는 『김정일이 일단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고 다만 『앞으로 최소한 2년이내에 김정일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새로운 권력자로 인정받고 내부의 권력투쟁을 마무리지어야 그가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플라토프스키는 『현 단계에서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존재를 위협할 만한 주변 세력의 기도와 분위기』라며 『주변 국가들이 북한의 심리적인 위기감을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석러시아 외무부의 정책자문교수인 북한 문제 전문가 유리 바닌(동방학 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고립되지 않고 체제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변 국가들이 도와주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식의 사회주의 체제는 지난 수십년간 생 존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현단계에서 러시아가 취할 최우선의 과제는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북한체제의 안정을 주변국가들이 보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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