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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自責골 선수 피살 세계가 경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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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메델린(콜롬비아)=外信綜合]월드컵축구 예선 A조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 수비수 앙드레 에스코바르(27)에게 총탄세례를 퍼부어 살해한 범인들이 범행 하루만에 경찰에붙잡혔다.
콜롬비아경찰은 3일(현지시간)이 사건 주범 휴메르토 무노스 카스트로를 검거,범행일체를 자백받고 범행에 사용된 38구경 권총등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또 공범 산티아고 갈론 헤나오를 함께 붙잡아 범행가담경위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사건현장 부근에 있다 사라진 또다른 남녀를 공범으로 보고 추적중이라고 밝혔다.그러나 범인들의 자세한 신상에 대해서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에스코바르는 지난달 25일 2-1로 패한 미국과의 A조예선 2차전에서 자책골을 넣는 바람에 콜롬비아 축구팬들로부터 살해위협을 포함한 갖은 비난에 시달렸으며 2일 오전3시30분쯤 메델린市의 한 레스토랑 주차장에서 괴한들과 자책골문제 로 말다툼을벌이다 이들이 쏜 총에 12발을 맞고 그자리에서 숨졌다.
한편 수사당국은 그동안 마약밀매조직 메델린카르텔이 프로축구단을 거느리면서 선수.심판을 매수하거나 협박해 승부조작을 일삼아온 점을 중시,이번사건 배후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심증을굳히고 메델린카르텔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희생된 에스코바르가 소속된 아틸레티고 나시오날팀은 메델린카르텔이 실소유주로 확인되고 있다.
○…피살된 앙드레 에스코바르의 장례식이 세사르 가비리아 대통령등 무려 12만명의 애도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4일 메델린의 이반 데 베도우드 스타디움에서 엄수됐다.
가비리아 대통령은『콜롬비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그리고 열렬한 축구팬의 한사람으로서 너무도 가슴아픈 사건이기에 나는 콜롬비아 축구사의 가장 뛰어난 수비수중 한명이었던 에스코바르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콜롬비아 새 감독으로 예정된 고메스 현 콜롬비아 대표팀 코치가 4일 에스코바르 피살과 관련,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공식선언한데 이어 일부 선수들도 이제부터 대표팀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는 등 대표팀 내에 심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 고 있다. 특히 새 대표팀을 맡겠다던 고메스 코치는 자신의 이같은 결정이 있은지 48시간후에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피살되자『이같은 공포 분위기에서는 감독을 맡을 수 없다』며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
○…제프 블래터 FIFA사무총장은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괴한들에게 살해된데 대해『이번 사건은 축구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중 부정적인 측면을 극명하게 노정했다』고 말했다.
블래터 사무총장은『축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화해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폭력과 눈물.부패등 인생의 어두운 면을 비춰주기도한다』면서『에스코바르가 비명에 간 오늘은 월드컵 역사에서도 가장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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