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정보인/컴퓨터 세계엔 성차별이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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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개인능력 우선하는 경쟁적·도전적 직종
「컴퓨터 앞에서 남녀는 평등하다」.
이는 컴퓨터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여성들이 작업현장에서 느끼는 공통점이다.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금융연구원등에서 15년 가까이 방대한 경제통계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개발에 앞장서온 김정숙씨(38)는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능력뿐』이라고 답한다.
김씨와 같은 데이터베이스 관리자(Database Administrator)를 비롯해 프로그래머·시스템 분석가(SystemAnalyst)·시스템 엔지니어(System Engineer)·시스템 컨설턴트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낯선 컴퓨 터관련 전문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여성의 수는 대략 5백여명.
이들은 연구소·기업체·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등에서 비슷한 하루일과를 보내고있다.크기만 다를뿐 컴퓨터라는 물건과 하루종일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휴먼컴퓨터의 박화선(30)·심인숙(30)·손난주(28)씨는 전자출판(DTP)분야에서 선구적인 「문방사우」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여성 프로그래머들.
이들은「문방사우」 최신버전(3.0)시판을 앞두고 컴퓨터 앞에서 벌레(bug)를 잡느라 하루가 짧다.
도형작성및 편집부문,글꼴개발등 워드 프로세싱부문,사진이나 그림등의 화상 처리부문으로 서로의 업무가 분담돼있는 이들은 개발프로그램을 사용할 불특정 다수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프로그램상의 조그마한 허점이라도 찾아내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는 무엇보다 단순한 버그 하나라도 끝까지 추적해 잡아내려는 꼼꼼한 성격이 요구된다』고 말하는 이들은 93년「글사랑」이란 워드프로세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그해 판매량 2위의 베스트 소프트웨어로 선정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그래머중에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학원이나 대학의 전산교육원·연구소의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한뒤 이 분야에 뛰어드는 여성들이다.현민시스템의 이화순사장(42)은 과학기술원을 나와 5년째 교육용 소프트웨어개발을 하고 있는 전산인.「PC길잡이」(버전2.0)라는 초보자용 소프트웨어를 최근 시판한 이사장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적성에 맞게 응용분야를 찾아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므로 섬세함을 지닌 여성이 오히려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체에서도 업무처리·의사결정등의 전산화에 있어 수혜자인 경영층이나 일반직원들의 요구를 듣고 이를 해결해주는 전문직종에도 여성 전문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STM에서 시스템분석및 컨설턴트로 일하는 설금희(36)·김윤미(32)씨는 럭키금성그룹 전문직 전체를 통틀어 여성은 10명 정도 밖에 안되는 기정(과장급).이들은 금융부문 업무전산화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인 관련업무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바꿔야할 업무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에서부터 구체적인 시스템설계및 프로그램을 짜는 일에 이르기까지 금융부문 업무전산화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한다.담당부서의 업무를 정확히 분석하고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관련된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도 이들에겐 필수적이다.
『PC기종이 해마다 바뀌듯 급속히 변화하는 컴퓨터업계는 매너리즘에 빠질 여유가 없는 곳입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같은 위치에 있는 전문인력들은 PC를 장난감 다루듯하는 신세대 사원들에게 밀려 도태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의식에 휩싸여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씨는 경쟁적이고 도전적인 직종임을 강조한다.
2000년까지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만 46만명이리라는 예측이 있다.
정보화사회로의 진전이 가속화 될수록 정보및 전산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여성들이 남녀간 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무한히 뻗어나갈수 있는 직종의 하나가 전산및 정보직이다.〈강홍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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