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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1㎞마다 이웃돕기 기금 1200원씩 '아름다운 걷기' 중국서도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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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일 베이징시 교외 먼터우거우현 자이탕진에서 열린 걷기행사에 참가한 일가족이 웃음꽃을 피우며 가을 들녘을 걷고 있다. [신경보 제공]


중국 국경절인 1일 오전 8시45분, 베이징(北京)시 교외 먼터우거우(門頭溝)현 자이탕(齋堂)진 내 문화 광장. 4발의 총성이 일제히 울리자 700여 명이 동시에 "와-" 하는 함성을 지르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중국판 '아름다운 중독-걷기'의 현장이다. 공식명칭은 '신바람 나게 걷기(快樂縱走)' 대회다. 중국청년기금회와 국립이동통신사 롄퉁(聯通)이 주관하고 당 서기처 기관지 광명일보(光明日報) 산하 신경보(新京報)와 먼터우거우 인민정부(지자체)가 후원해 중국에선 처음으로 본격 걷기 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번 행사는 걷기를 통해 건강을 얻고, 이를 통해 올림픽 정신을 일깨우며, 이 과정에서 생기는 기금을 통해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기금은 1㎞를 걸을 때마다 10위안(약 1200원)씩 적립된다. 건강과 나눔의 걷기 운동이다.

기금은 희망공정(希望工程)에 사용된다. 희망공정은 가난한 마을에 학교를 세워 주자는 운동이다. 1990년대 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권력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이 기획한 사회봉사활동이다. 지금까지 이 운동으로 모두 400여 개 마을에 500여 개의 학교가 세워졌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1만 명에 육박한다. 이날 하루 약 70만 위안의 기금이 조성됐다.

걷기는 30㎞, 50㎞, 100㎞의 세 그룹으로 나눴다. 30㎞ 구간의 첫 승자는 오전 11시30분 판가름났다. 베이징광업대학 학생인 화이양양(懷楊楊.23)이 주인공이다. 그는 "난 평발이어서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계속 걷게 했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군인이었지만 평발 때문에 부득이 접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우승으로 충분히 군인이 될 자질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날 오후 5시15분 50㎞의 승자가 확정된 데 이어 마지막 100㎞ 그룹에서도 오후 4시30분에 1등이 판가름났다. 베이징 쉬안우(宣武)구에 사는 류쥔(劉軍)은 오전 8시51분 출발해 오후 4시32분 도착, 여덟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100㎞를 주파했다. 그는 "평소에 등산을 좋아한 것이 도움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5~6차례, 한 번에 50㎞씩 속보로 걸으며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 한마디로 운동광이다.

그러나 사실 기록은 뒷전이었다. 참가자들은 남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씩 흥분해 있었다. 친구들이 모아 준 돈으로 대회에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 45세의 리(李.여)씨는 "친구들 앞에서 이 대회 참가를 선언했더니 갑자기 친구들이 각자의 주머니를 털기 시작했다. '1위안도 적지 않고, 10위안도 넘치지 않는다'며 한 푼 두 푼 모아 주었다. 그 돈으로 난 오늘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끼리의 참가도 적지 않았다. 올해 아홉 살 난 초등학생 팅팅()은 엄마.아빠 손을 잡고 산책하듯 길을 걸었다. 아빠 장칭(張慶)은 현장을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오랜만에 우리 식구 셋이 오붓이 걷다 보니 가족사랑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팅팅은 "여긴 자동차 매연 냄새가 없어 정말 좋다"며 즐거워했다.

중국청년기금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신바람나게 걷기' 대회를 매년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이라며 "이 대회를 통해 건강과 나눔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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