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앞에서"의 과장연출에 대한 PD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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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4일 방송된 드라마『역사앞에서』의 일부내용이 원작과 다르다는 문제제기에 대한 답을 하기에 앞서 역사의 명징한 전달을 위해 세심한 지적을 해준 유족에게 먼저 감사드린다.
첫번째로 문제된 인민재판 즉결처형 장면과 피난열차 위에서 아기를 던지는 장면은 기협씨가 지적한대로 원작자가 전해들은 얘기지 목격한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소문과 목격의 차이는 분명히 인정한다.그러나 시대상황을 전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은 수긍할 수 없다.50년7월5일자 일기를 보면 즉결처형이 전쟁의 한모퉁이가 아닌 서울의 한복판인 명륜동에서 일어났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피난열차 위에서 아기를 버리는 장면 역시 12월19일 일기에비하면 그 비극의 깊이가 오히려 축소묘사됐음을 알 수 있다.원작인 일기가 개인기록을 뛰어넘는 역사의 기록임에는 필자도 유족과 의견을 같이했고 그런 까닭에 특집극으로 기획 할 수 있었다. 『역사앞에서』는 일반화된 극적양태를 벗고 한 인간에게 반사된 6.25를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작품이다.따라서 원작자의 직.간접 체험 모두를,그것이 객관성만 있다면 함께 수용할수 있는 형태의 프로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위에서 지적한 두 장면은 시대상황을 과장연출한 것이 아니라 6.25의 참상을 포괄적으로 표현했다고 봐야 옳을것이다. 두번째,유족은 원작자가 의용군에 지원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으나 필자가 판독한 일기의 내용에 따르면 지원한 것이 확실하다.7월29,30일 일기.
「마침내 거수로 표결하니 반대는 단 두 사람,평소에 쟁쟁한 리버럴리스트로 자처하던 분들,모두 꺼벙해서 손을 들었다.」「오늘 심사자격을 얻는 대가로 어제 의용군 지원을 선불한 셈이다.
」유족의 주장은 반대한 사람중 1명이 원작자라고 한다.
그렇다면 원작자는 스스로에게 「자처하던 분들」이란 존칭을 쓴셈이다.그리고 의용군 지원을 선불했다는 표현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7월31일 일기는 심사와 의용군 종용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이건 철두철미한 속임수의 연쇄극이 다.」이상의 일기내용으로 보아 필자가 「인공」의 강압적 분위기를 사실보다 과장연출했다는 지적이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99%의 완성보다 1%의 결함을 경계해야한다는 제작상철칙을 새삼 각인하며 답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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