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도 사투리가 … '표준말' 애국가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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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건 애국가는 똑같이 부른다. 하지만 19만여 명에 이르는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애국가를 부를 때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다. 단어의 뜻으로 표현하는 수화의 특성상 어구에 대한 해석이 다르면 수화도 달라질 수 있는데 애국가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표준말 애국가'가 없는 데 따른 현상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국 어디서나 애국가를 부를 때 같은 수화를 사용하게 된다.

국립국어원 산하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추진위원회는 한국농아인협회와 함께 2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수화로 하는 애국가.국기에 대한 맹세.한글날 노래'의 표준안을 발표했다. 한국농아인협회 16개 시.도협회와 23개 농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된 실태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애국가만 해도 1~4절 가사에 나오는 50개의 어절 중에 모든 지역에서 같은 수화를 사용하는 어절은 '애국가' '우리나라' '무궁화' 등 15개에 불과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강산' '남산' 등 16개 어절은 차이가 아주 심했다. 지역별로 '사투리'가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동해물과'를 수화로 나타낼 때 어떤 지역에선 '동쪽+바다'로만, 어떤 지역에선 여기에 '~과/와'를 덧붙이기도 하고, 또 '물'에 해당하는 수화를 끼워 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표준안에선 노래 전체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동'이란 말도 단순한 방향을 나타내는 '동쪽' 대신 '아침 해가 떠오르는'의 뜻을 가진 수화를 사용했다. 또 의미가 중복될 수 있는 '물'은 빼고 '바다+~과/와'만 덧붙였다.

이날 시연 모델로 나선 정효숙(25.여.서울 미아동.청각장애 3급)씨는 "애국가나 국기에 대한 맹세의 의미는 전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다 같이 부르거나 해야 할 때 서로 표현 방식이 달라 뭘 따라야 할지 몰랐다"며 "특히 노래는 단어만 단순히 바꾸는 게 아니라 이번처럼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표준화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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