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무현 대통령이 2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공식만찬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저녁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공식 환영 만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사를 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평양 중심가의 목란관에서 오후 7시에 시작된 만찬의 열기가 한껏 고조된 오후 8시35분쯤이었다.

김만복 국정원장, 김장수 국방장관,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배기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이 앉은 테이블에서 북측 관계자들까지 합세한 "위하여" 건배 제의가 터져 나왔다.

구본무 LG 회장 등 기업인들도 함께 일어났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이 앉은 테이블에서도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위하여" 함성을 질렀다. 만찬장은 테이블마다 경쟁적으로 건배 제의를 하는 분위기가 됐다.

이때 헤드 테이블에 앉아 있던 노 대통령이 갑자기 술잔을 들고 마이크를 잡았다.

노 대통령은 "오늘 저녁에 여러분들이 건배하는 것을 보니 신명이 좀 나는 것 같다"며 "다 같이 기분을 풉시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남북한 간에 평화가 잘되고 경제도 잘되려면 빠뜨릴 수 없는 일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시고, 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건강해야 한다"며 "좀 전에 건배사를 할 때 두 분의 건강에 대해 건배하는 것을 잊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신명 난 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두 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합시다"라며 "위하여"를 선창했다.

그러자 만찬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위하여"를 외친 뒤 박수를 쳤다.

자리로 돌아온 노 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맞이하는 김 상임위원장과 잔을 다시 한번 부딪쳤다. 만찬장에는 때마침 '반갑습니다'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목에서 만찬장은 일순 고요해졌고, 북측 관계자들 가운데는 "남측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만찬은 2시간10분 만인 오후 9시10분에 끝났다.

만찬 메뉴는 게사니구이(수육과 비슷한 요리), 배밤채(배와 밤을 채썬 것), 오곡찰떡, 과줄(쌀과자), 김치, 잉어배살찜, 소갈비곰(갈비찜 종류), 꽃게 흰즙구이, 송이버섯 완자볶음, 대동강 숭어국과 흰밥이었다.

후식으로는 수박과 성천 약밤구이가, 만찬주로는 고려개성인삼주와 들쭉술.룡성맥주.동양술(고량주의 일종)이 나왔다.

평양 공동취재단,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