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적 보수논리 세우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들에게 있어 이번 6·25는 남다른 감회로 다가서고 있다.북핵 위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절실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시점이기도 하다.남북간의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다 가선 지금인데 어째서 일부 대학생들은 마치 기관차를 그네들의 자가용인양 아무데서나 세우고 노동현장은 부법일색의 극단적 연대투쟁으로 몰아가는지 답답한 심정으로 한국전쟁 44주년을 맞는다.
왜 우리사회는 그토록 엄청난 대가를 치른 전쟁을 체험했으면서도 아직도 일부 극단세력의 혁명논리에 휘말려 교통과 산업현장이 마비되고 국민의 생업까지 지장을 받는 반체제적 혁명전사들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전쟁이 나 혁명이란게 얼마나 두렵고 참담한 것인지를 전후 세대들은 너무나 모르는 것같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가.정통적 보수논리가 존재하지 않고,이를 뒷받침할 현대사에 대한 철저한 객관적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부신 탓이라고 본다.과거 정권은 안보와 전쟁에 대한 위협을 정권 유지용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북의 실상과 그 위협을 믿으려 들지 않는 풍조가 생겼다.여기에 좌파적 진보성향의 연구자들이 현대사 연구에 몰두한 결과 현대사 연구는 대부분 이들의 연구성과에 따라 해석되고 평가되는 기이한 현실이 돼버렸다.
현대사 연구에 관한한 참다운 의미의 우파적 보수논리가 없고,혁신적 좌파 논리가 주류를 이루는 형국이기 때문에 지난번 역사교과서 파동처럼 민란과 폭동을 민주항쟁으로 기술하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남침이라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도 좌 파쪽 연구에밀려 빛을 못보다가 소련쪽의 자료가 나오고서야 좌파 논리가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와 민주적 법과 질서가 이 사회를 지배하는 논리며 원칙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좌파적 혁명논리와 혁신적 반체제 논리에 따라 파업과 파국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민주사회의 논리와 원칙에 입각 한 정통적 지배 논리가 제대로 서 있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공동화현상이다.좌파 혁신 논리를 능가할 지배논리로서 우파 보수논리의 확립이 민주사회를 지킬 기본정신이다.중심논리로서 보수논리가 제자리를 잡아야 주변논리로서 혁신논리도 정당성을 갖는다.
한국전쟁 44주년을 맞으면서도 아직 우리 사회를 지배할 보수정통논리를 확고히 세우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하면서,현대사연구에 새로운 정열을 쏟아 이 사회의 정통성과 중심논리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지식인사회에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