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관전기>최선다한 양팀에 모두 찬사 보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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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결국 이렇게 막바지에 이르고 말았다.중요한 국제대회 때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산하고 또 계산하던 익숙한 상황에 다시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0-0 무승부.스페인과의 무승부땐 마치 천하를 얻은듯 하던 한국축 구가 이번의무승부에는 상당히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하지만 분명히 말하거니와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볼리비아에의승리가 16강 시나리오의 전제조건이었던 이상 우리의 계획이 다소 빗나간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지 금 예선 C조의 전황은 애초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도저히 꺾을 수 없는팀으로 생각했던 독일도 볼리비아에 신승하고 스페인과는 비기고 말았다.스페인 또한 우리와 같은 2무승부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1무1패를 기록한 볼리비아가 마지막 게임에서 스페인을 잡을가능성도 다분하다.한마디로 지금 독일만이 16강의 안정권에 들어가 있을뿐 나머지 세팀은 모두 최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선 3차전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우리가 거둔 2무승부는 역대 최고의 전적이다.조금도 평가절하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팀이 두게임을 치르는 동안 결코 한국이세계축구의 변방국이 아님을 증명했다는 점이다.오늘의 무승부에 위축되지 말고 독일과의 경기에도 자신있게 나서주기 바란 다.
오늘의 경기는 양 팀 모두 놓칠 수 없는 일전이었고,서로가 상대를 오랜기간 연구해왔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한국팀도,볼리비아도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양 팀에 모두 찬사를 보내 마땅하다.특히 공.수를 넘나들며 분투 한 고정운,몸을 내던지는 투지를 발휘하면서 오랜만에 진면목을 보여준 김주성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다만 아쉬웠던 것은 원톱으로 나선 황선홍의 부진이었다.오늘 게임에서 그는 두 골 정도는잡아주었어야 했다.또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전후반 내내 골을 결정해 주지 못하는 그를 고집스럽게 기용한 벤치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양팀의 체력이 모두 떨어진 후반중반 무렵에 조진호같은 선수를기용했다면 볼리비아의 수비를 한층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어쨌든 한국.스페인.볼리비아는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우리가 독일을 잡는다면 물론 16강에 진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기는 것만으로도 조2위가 될 수도 있다.하지만 그 모든 가능성을 접어두고 이제는 독일과의 한 게임에 우리가 가진 모든것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다시 한번 몸과 마음 을 추슬러주기바란다.아직 막은 내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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