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白眼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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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魏晋南北朝라면 매우 혼란했던 시대였다.그래서 선비들은 避世와은둔으로 술이나 마시면서 지냈다.그들에게 富貴功名이니 인륜.예의 따위는 糞土에 불과했다.
竹林七賢은 그런 사람들의 대표였다.晋나라 초 전란을 피해 초야에 묻혀 살았던 道士 비슷한 사람들이다.그들은 아침이면 조정으로 출근하는 대신 허름한 옷에다 허리에는 호로병을 찬채 洛陽城 밖의 대나무숲을 찾았다.
그 대표격에 阮籍(완적)이라는 자가 있었다.천자로부터 관직을제의받을 때마다「미친 놈」이라며 거절했다.그러면서도 호탕하고 술 좋아하기로는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그러던 어느날,어머니가 돌아가셨다.喜(혜희)라는 친구가 문상을 왔다가 잔뜩 욕만 듣고돌아갔다.그러나 그의 동생인 康(혜강)은 술과 거문고를 들고 가 함께 실컷 놀고 마셨다.그 역시 竹林七賢의 한 사람이었던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마음이 맞는 사람이 찾아오면 반색을 하고 반기지만 문자깨나 쓰고 잘난 척하는 사람을 보면 술잔을 든채 원수대하듯 노려보곤 했다.워낙 눈을 흘겼으므로 흰 눈동자만 보였다.
그래서 그의 모습을 보고「白眼視」라고 했다.
그의 안중에는 천자고 뭐고 아무 것도 없었다.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다.傍若無人(방약무인)이라는 말은 바로그의 행동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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