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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슈트키드의낮과밤>13.골프.예능유학(上)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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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멕시코 국경과 맞닿은 미국 캘리포니아州 서부해안 최남단도시 샌디에이고.
그곳에서 북동쪽으로 말떼들이 뛰노는 광활한 초원과 산악을 끼고 20여분간 지방도를 달려 란초산타페지역의 「샌디에이고 골프아카데미」(SDGA)를 찾았다.
일년내내 내리쬐는 초여름의 태양과 맑은 공기를 흠뻑 받아 녹색으로 뒤덮인 30여만평의 평원위에 27개의 골프 코스를 갖추고 「살랑거리는 팜나무(Whispering Palms)컨트리클럽」운영을 겸하고 있는,미국내에서도 꽤 알려진 2 년제 골프전문 칼리지다.
열대숲의 정원에 둘러싸인 강의동에서 오전 이론수업을 마친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삼삼오오 실기연습을 나서는 무리중 한국유학생 몇명이 눈에 띈다.
『지난 월요일 연습시합때 난조를 보였던 피칭동작을 집중적으로다듬고 있어요.매일 오후 원하는만큼 실전훈련을 할 수 있죠.』지난해 8월 입학,프로 골퍼및 골프 코치가 되기 위한 과정(Golf Professional Course)에 3학기째 다니고있는 黃仁祿군(21)은 4학기를 마치는 연말까지 현재 핸디캡 4~5를 0으로 만들기 위해 저녁 늦게까지 클 럽을 휘두른다.
오전에는 골프이론.골프장 경영.코스 디자인에서 회계.부기.상법.컴퓨터.골프숍 운영.잔디관리와 골프채 만드는 법까지「골프에관한 모든 것」을 배운다.
서울H고 2년 재학중 90년7월 큰아버지(53)가 사는 뉴저지로 조기 유학,지난해 현지 고교를 졸업한뒤 프로 골퍼겸 골프코치가 되겠다는 결심이 서 이곳에 왔다는 그는 4년간의 유학생활을 통해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큰아버지로부터 자연스레 골프를 배우며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알게됐죠.유학을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국내에서 무작정 학교성적에 맞춰 적성에도,마음에도 맞지않는 전공을 택해 대학에 갔을 거예요.뚜렷한 인생목표가 섰고 거기에 매진할 수 있는 지금 생활에 만족합니다.』 거기다 능숙한 영어 구사력과 값진 견문을 얻었고,무엇보다 강한 인내와 자립심을 키우게 됐다.
『고작 대학 간판 하나 따려고 아까운 청춘을 입시지옥 속에서골병들지 말고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보라』며 내보낸 아버지(50.사업)가 한없이 고맙다며 귀국후 골프를 계속할수 있는 대학을 찾아 진학한다는 계획이다.
고려대 농구선수 출신으로 92년 졸업후 콜로라도大에서 체육교육학을 1년간 전공했던 盧廷炫군(25) 역시 뒤늦게 감춰진 소질을 발견하고 지난해 4월 입학했다.
『한국인 유학생 14명중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뒤 전공을 바꾼 사례가 10명이나 된다』는 盧군은 『국내에서 골프유학을 사치성 도피로 여기는 왜곡된 시각이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식이었는지 깨달았다』며 『이곳 학교에서 농땡이는 생각도 못한다』고 말한다. 학기당 3천5백달러(2백80만원)의 학비로 연간 3학기를 운영,빠르면 16개월만에 2년과정을 마치고 준학사학위를 받게되는 이곳의 입학자격은 5백점 이상의 토플성적과 핸디캡 13이내(여자는 15이내)의 골프실력.
예상보다 상당히 엄격하고 좁은 문이었다.
***평점C미만 졸업못해 『평점 C학점 미만이면 졸업학위를 주지않아요.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성실한 노력파여서 실기와 이론이 모두 뛰어난 편이죠.』 黃군에게 레슨을 지도하던 실기교사 짐 로즈씨는 2백여 학생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유럽.남미등 전문 골프교육이 빈약한 지역 출신이라며 『교육시장 개방 일정에 따라 한국에도 분교 설립을 준비중이며 머지않아 지역의 골프 수요 인구를 대 부분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호주등지의 정규학교나 학원에서 전문코스를 밟는 한국인 골프 유학생은 대충 1백여명선(유학계 추산).
목적없는 막연한 교육열에 떼밀려 자식들을 떠나보내 자칫 탈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보다 골프 유학과 같이 뚜렷한 목표와적성에 맞는 조기 유학이 다양.전문성을 살려주는 일임을 취재진은 확인했다.
〈金錫顯기자〉 ………………………… 다음회는「골프.예능유학」(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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