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질 필요한 재산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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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금고지서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겐들 그다지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납세가 국민의 중요한 의무고,또 그 세금이 모아져 나라살림을 꾸려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손 쳐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인 것이 인지상정이다.그런데 받아쥔 고지서에 적혀 있는 세금이 갑자기 너무 올랐다거나,특히 남과 견주어 너무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내키지않는 정도가 아니라반발이 일게 마련이다.그래서 세금부과에 있어 응능과 형평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그런데 정부는 수년내 불거지고 있는 건물분 재산세 부과가 형평을 잃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극히 미온적인 대응만을 해오고 있다.그러니 올해도 건물분 재산세를 둘러싼 반발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것이다.
내무부의 건물과표조정계획에 따라 올해 매겨진 재산세를 보면 반발이 나오게끔 되어 있다.시가가 4억원정도 나간다는 서울 압구정동의 47평형 아파트 재산세가 16만여원인 반면,시가가 2억원에 약간 못미친다는 부천중동의 49평형 아파트에는 33만여원의 재산세를 물렸다.아파트 시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다고 내무부나 또는 지자체가 멋대로 세금을 매긴 것도 아니다.재산세율은 주택의 경우 최하 0.3%에서 최고 7%까지 6단계로 세율이 정해져 있고,과표는 주택연면적 가격에 건물의 구조·용도·지역·지붕·건물경과 연삭등을 기본으로 하고 작년부터 여기에 지역별지수를 매겨 기계적으로 산출하는 것이므로 그 계산에 자의성이 개재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재산세문제의 핵심은 이같은 계산방법이 과세의 근거가 되어야할 재산,이를테면 아파트같은 세부과대상의 실제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데 있다.내무부는 올해 주택연면적 기준가격을 다소 올리고 지역지수의 폭을 약간 확대했으나 실제가치나 지역간 시세의 현격한 차이를 보정하기엔 턱도 없는 수준이다.그 결과가 앞서든 예로 나타난 것이다.이래선 납세자가 납득할 수 없다.
재산세문제의 해법은 보다 근본적인데서 찾아야 한다.불합리하게 낮은 건물가액의 평가방법을 바꾸고,건물유형에 따라 세율체계도 조정하며,지역별지수를 현실에 맞게 확대,세분화하는 등의방법으로 형평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또 재산세에도 공제제도를 확대해 예컨대 노부모를 모시는 3대동거가구에는 세부담을 줄여주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세금은 오를 수도,더 낼 수도 있다.하지만 형평을 잃고서는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다.형평을 회복하는 작업이 어렵고 업무량이 워낙 많아 엄두를 못낸다는 식의 변명으로 한해 한해를 넘기려 한다면 그건 이미 세금을 받아갈 자격이 있는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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