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도비 48억 지원, 개교10년 도립 경도대학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센 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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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대 캠퍼스 전경. 개교 10주년을 맞았지만 학생 충원율이 88%에 지나지 않고 경영 자립 기반도 갖추지 못해 구조조정 논란에 휘말려 있다. [경도대 제공]

지난 28일 예천군 예천읍 청복리 경북도립 경도대학(2년제). 학교 안 도장기술센터는 연수 중인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도색 실습을 하던 박주석(23·자동차전공)씨는 “내년 2월 졸업 예정이지만 1년 더 연수한 뒤 외국 자동차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센터엔 학생들이 도색한 승용차·오토바이 5대가 전시돼 있었다. 모두 예술 작품처럼 화려한 색상과 문양을 자랑한다.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은 경도대학이 구조 조정과 학교 전환 여론에 휩싸여 있다. 연간 수십억 원의 도비가 지원되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서다.

◆매년 거액의 도비 지원= 경도대학은 등록금이 한 학기 108만~129만 원으로 다른 전문대학의 절반 수준이다. 낙후된 경북 북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저소득층 자녀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립 취지를 살려 등록금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대신 매년 수십억 원씩 도비 지원을 받는다. 개교한 1997년 39억 원, 지난해 38억 원, 올해 48억 원 등 지원액은 연간 19억∼50억여 원에 이른다. 이는 연간 대학 운영비의 70% 안팎에 이르는 거금이다. 그만큼 자립 구조가 취약하다. 이 대학 심태은(42) 기획과장은 “전국 도립대학 7곳이 사정이 비슷하다”며 “설립 취지를 다른 일반 대학과 비교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학생 충원율도 좋지 않다. 97년 개교 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100%를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 3년간 충원율은 2005년 70.5%, 2006년 73.9%, 2007년 88.3%. 한상호(56) 행정지원과장은 그러나 “전문대학의 경북지역 평균 78.3%,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평균 87.7%와 비슷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도비 지원 없이는 학교 운영이 어려운 데다 학생 자원 또한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 최근 경북 북부 11개 시·군에 거주하는 고교생은 지역 대학 정원의 5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후한 농촌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자는 설립 취지가 오히려 학생 충원에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구조 조정 필요”=거액의 도비 지원 때문에 경도대학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대구경북연구원 이석희(52) 박사는 “경북도의 행정 수요와 지역 특성에 맞게 끊임없이 학과 개편 등 구조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북도의 의뢰로 지난해 말 ‘경도대학 활성화 방안’을 연구했다. 그는 행정 수요에 맞게 소방·방재 및 부사관학과의 신설, 경북 북부권 산업에 맞고 지역에서 학생을 충원할 수 있도록 산업공예·식품가공·농산물유통분야 학과의 신설을 제안했다.

학교 전환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경북도의회 전찬걸(48) 의원은 “소방직 간부를 양성하는 도립 소방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도대학의 기숙사·교수진을 활용해 경북도 공무원연수원으로 전환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숙향(38·비례대표) 도의원은 “경도대학 문제를 경제적 효율성만 따지면 안된다”며 “도비 지원을 늘려 생활보호 대상자 등 저소득층 자녀와 장애인에게 교육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측은 여론을 의식해 2004~2006년 대학기획위원회(6명)를 구성해 장기발전전략으로 4년제로 개편, 국공립대와의 통합을 검토하다가 ‘현 상태에서 경쟁력 모색’이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나름의 자구노력도=학교 측은 지난해 디지털디자인·행정사무전산과를 없애고 유아교육과와 스타일코디과(정원 각 40명)를 각각 신설했다. 또 자동차소방계열의 소방방재 전공(40)을 3년제로 개편했다. 모집정원은 720명에서 2005년 518명, 2007년 470명으로 점차 줄였다.

경도대학 박용환(63) 학장은 “올해 졸업생 5명이 공무원(예천군 1명, 경북소방본부 4명)에 특채되는 등 향토 인재 양성에서 나름의 장점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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