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훈기자의숫자로보는게임세상] 35,000,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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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웹젠이 연말에 내놓을 ‘헉슬리’란 게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3500만 달러는 이 게임의 중국 수출액입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게임 중 단일 지역 수출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혹시 3500만 달러가 뭐 그리 대단한 액수냐는 반문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국산 영화 수출액이 2451만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닙니다. 더구나 2451만 달러는 국산 영화 208편의 수출액을 모두 합친 금액입니다. 또 웹젠은 헉슬리를 수입한 중국의 배급사 더나인으로부터 3년간 매출액의 22%를 로열티로 받습니다. 이만 하면 헉슬리를 개발한 웹젠에 박수를 쳐줄 만하지 않을까요. 웹젠은 헉슬리 개발에 3년간 100여 명의 인력과 13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게임업계가 헉슬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입니다. 먼저 ‘MMOFPS’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입니다. 게임엔 여러 장르가 있지만 국내에선 온라인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이, 세계적으로는 1인칭슈팅게임(FPS)이 인기가 높습니다. MMORPG는 게이머가 게임 속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입니다. FPS는 게이머가 권총이나 M16 소총 같은 무기를 들고 상대를 공격하는 게임입니다. 헉슬리는 두 장르의 장점을 결합해 일종의 퓨전게임인 MMOFPS라는 장르를 새롭게 선보인 것입니다. 특히 국내 MMORPG는 최근 2년간 뚜렷한 히트작이 없었기에 헉슬리가 역할게임(RPG)의 인기를 되살릴지 주목됩니다.

둘째는 헉슬리에 영화 수준의 실사 그래픽을 구현해 주는 ‘언리얼3’ 엔진을 사용한 점입니다. 게임엔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엔진이 사용되는데 언리얼3은 웬만한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못지않은 사실감을 제공합니다. 게이머들이 헉슬리를 하면서 생생한 타격감이나 충돌감 등을 느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헉슬리는 PC로 즐기는 온라인게임과 함께 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게임기 ‘X박스360’의 타이틀로도 개발됩니다. 온라인게임은 국내 게임업체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비디오게임에 비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내 게임업체들은 비디오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X박스360이나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3 용 게임 타이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헉슬리는 그 첫 작품으로 국내 게임사의 새로운 시장 진출 성공 여부를 가늠할 기준이 되는 셈이지요.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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