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관전기>伊.아일랜드戰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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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은 FIFA내에서 독립된 네개의 협회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이 네팀이 모두 지역예선에서 탈락한 마당에 영국의 이웃나라이며 역시 영국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아일랜드의 경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또한 그 상대가 독일.브라질과 함께 통산 네번째의 우승을 다투는 이탈리아임에야.
하지만 게임은 실망스러웠다.킥 앤드 러시를 바탕으로 해서 문전에 높은 볼을 올려 공중전을 벌이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아일랜드의 플레이에는 힘이 넘쳤지만 단조롭기 이를데 없었다.90분내내 같은 패턴의 공격만을 되풀이했다.이탈리아도 신통치 않기는마찬가지였다.그저 상대를 무겁게 압박해들어가기만 할뿐 문전에서결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횡패스.백패스의 남발이 더더욱 공격의 템포를 떨어뜨렸다.그들의 스타인 바지오는 분명히 한수 위의 기량을 보여주었지만 공격수로서의 파괴력을 과시하지는 못했다. 이탈리아 GK의 전진수비를 틈탄 기습적인 슈팅으로 결국 아일랜드가 1-0으로 승리했지만 양팀 모두 공수에 있어서 단 한번도「창의력」넘치는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한마디로 졸전이었다. 필자는 이번 미국월드컵이 가장 이변과 파란이 많은 대회가 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었는데 어쩐지 점점 예상이 맞아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대회초반 이틀간의 다섯 게임을 보면 하위팀들,소위「언더독」들의 분발이 두드러진다.우리 한국이 스 페인과 2-2로 비겼을 뿐 아니라 미국이 스위스와 1-1로 역시 비겼고,아일랜드가 이탈리아를 이겼다.그리고 4강후보라던 콜롬비아를 루마니아가 3-1로 완파하기도 했다.
전력상 우위로 평가되는 팀이 승리를 거둔 것은 독일이 볼리비아를 꺾은 경우가 유일하다.하지만 그 게임에서도 볼리비아의 선전이 돋보였고,결승점이 된 독일의 한 골은 행운에 가까운 것이었다.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하위팀들의 선전이 행 운에 힘입은것이 아니라는 점이다.모든 하위팀들이 상위팀들과 완전히 대등하거나 혹은 앞서는 경기내용을 보여주고 있다.단순히 이변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성급한 예상인지는 모르지만 이번대회를 통해 세계축구의 판도는 상당히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최상위그룹은 모르겠으나 중상위그룹에는 엄청난 회오리가 일지 않을까.그리고 그 진원지가 우리 한국이 아닐까 하고 다분히 기대 섞 인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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