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南이 성과만 좇아 양보할 가능성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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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14면

스즈키 노리유키
일본 라디오프레스 이사

주변 4강의 시각

분단 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는 한민족과 더불어 부푼 감정을 공유하면서 한민족의 재회와 화해라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예감했다. 그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실현되지 않았고, 이번에 7년 만에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올라간다. 일본의 여론은 더 높은 단계의 남북 화합을 기대하면서도 지난번보다는 깨인 눈으로 이번 회담을 보고 있다.

북한은 어떤 계산을 갖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결단을 내렸을까. 북한이 남한으로부터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목표로 삼은 것은 물론이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노 대통령과의 회담을 단행한 것은 차기 정권을 내다본 것일 게다. 정치적 합의와 지원에 관한 약속을 끌어낸다면, 차기 정권에 그 이행을 요구하면서 차기 정권을 대북 화해노선으로 묶어둘 수 있다.

북한은 또한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풍’으로 형세를 역전할 수 있다고 기대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그 정도의 영향력은 상정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모든 대통령 후보가 남북 화해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을까.

북한은 북·미 관계와 6자회담에 대한 영향도 고려했을 것이다. 남북한 간 긴장완화의 진척은 6자회담에서 북한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북·미 관계정상화를 촉진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특히 남북이 앞장서서 평화선언을 하게 되면 미국도 평화협정 체결 쪽으로 나아가기 쉽게 된다. 북한은 핵실험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으로부터의 탈피와 유엔 제재 해제의 분위기 조성도 노리고 있다.

남한 측은 이전부터 정상회담을 희망해 왔지만, 최근에야 개최의 조건이 정비됐다. 최대의 요인은 미국의 대북 자세 변화와 6자회담의 진전이다. 한국이 화해정책을 펴고 경제지원을 해도 ‘독주’라는 비판을 받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는 있다. 최대의 우려는 한국 측이 성과를 좇는 나머지 북한의 요구를 필요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합의를 이룬다 해도 그것은 차기 정권이 계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해 공수표를 남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측은 핵문제에 대해 6자회담의 문제라며 심도 있는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북한에 대해 핵포기 프로세스를 일탈하면 남측의 지원이 정체되고, 더 나아가 미·일과 더불어 포위망을 형성한다는 경고를 전했으면 한다.

한반도의 평화, 다시 말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환경 조성이 한국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일본을 포함해 주변국도 이해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긴장 완화와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에 북한이 의존하는 것이 평화구축에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이라는 국가의 체질이 바뀌고 북한이 동북아 지역의 경제와 안전보장 시스템에 ‘보통국가’로서 편입되는 것이다. 남한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완만하게 유도할 수 있는 전략적 경제지원과 정치적 합의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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