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한달 용돈 수백만원이 적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엄마.아빠가 하루 3만~8만원씩 용돈을 주더니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돈을 잘 안주잖아요.그래서….』 16일 오후2시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계 조사실.
강남일대 남녀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뜯어온張모양(16.서울K고 자퇴)은 자신의 강도짓은 돈을 제대로 안준 부모탓이 크다는 투였다.
국내굴지의 모유지 계열사 대표이사 딸인 張양은 방탕한 생활을보다못한 아버지가 지난4월 고교1년을 자퇴시키고 미국조기유학을준비중이다.
『張양이 한달동안 흥청망청 놀며 쓴 용돈이 적을땐 1백만원,많으면 수백만원이니 이거 어디 월급쟁이들 일할 맛 나겠어요.』조서를 받던 담당형사는 씁쓸한 표정이다.
『30만원씩 받는 용돈으로 어떻게 친구들과 어울려요.』 張양의 공범 李모군 형제(17.14세)는『수백만원씩 용돈을 받는 애도 있는데 30만원도 돈이냐』는 얼굴이었다.
회사사장.조경업자.자동차중개상등을 아버지로 뒀고 다른 학생들에 비하면 훨씬 유복한 가정인 張양과 李군형제,또다른 鄭군(16)등 네명을 강도행각에까지 나서게 만든건 바로「압구정동 문화」였다. 오렌지족의「품위」를 지키는데는 부모들로부터 아무리 많은 돈을 받아도「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鄭군과 張양등은 지난해 1월말 모교인 K중 근처에서 宋모군(15)을『돈을 내놓지 않으면 칼로 찌른다』고 위협,9만원을 빼앗은뒤 宋군으로부터 19차례에 걸쳐 70여만원을 강탈했다.
재미를 붙인(?)이들은 압구정동 일대 곱게자란「돈많고 겁많은」중.고생들을 상대로 지금까지 무려 4백여만원어치의 금품을 갈취해 오다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된 것이다.
『자식에게 수백만원씩의 용돈을 주는 부모,오렌지문화라는 걸 만들어 애들이 돈을 펑펑 쓰도록 유도하는 상인들,자기만 편하면무슨짓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애들….이런 애들이 한 10년쯤지나 성인이 돼서 만드는 사회는 도대체 어떤 모 습일는지 상상이 안갑니다.』 형사는 애꿎은 담배만 빨아대고 있었다.
〈金政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