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간다" 초등생 2명 16일 만에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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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집 앞에서 놀다 실종된 초등학생 2명이 16일 만에 집에서 2.5㎞ 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피살체로 발견됐다.

30일 오전 11시29분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23의1 부천 가톨릭대 뒤편 춘덕산 정상 부근(9부능선) 숲 속에서 실종된 윤모(13.초등 6)군과 임모(12.초등 5)군이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인 경찰이 발견했다.

윤군은 상.하의와 팬티가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반듯이 누워 있었으며 양쪽 손가락이 2, 3개씩 운동화 끈으로 묶인 채 옆 나뭇가지에 결박돼 있었다.

임군은 2m 가량 떨어진 나뭇잎 위에서 팬티만 입은 채 목도리로 손과 발이 묶여 있었으며 둘 다 외투와 바지에 덮여 있었다.

경찰은 이들의 목에서 옷가지 등으로 졸린 흔적을 발견하고 이것이 사망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몸에서 다른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이 발견된 춘덕산은 해발 1백6m의 야산으로 주변 주택가에서 1㎞, 등산로에서 50여m 가량 떨어져 있어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패 정도로 보아 실종 당일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시신을 덮고 있던 눈이 녹으면서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두 아이의 아버지들은 시신을 확인한 뒤 땅을 구르며 오열했다.

◆ 실종=지난 14일 오후 9시20분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경부연립 앞에서 동네에서 공놀이를 하다 실종됐다. 임군은 오후 9시23분쯤 집에 수신자부담 공중전화를 걸어 여동생(10)에게 "엄마가 집 옆 PC방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PC방으로 가겠다"는 말을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으로 이들을 목격한 윤군의 친구 김모(12)군은 최면을 통해 떠올린 기억에서 "두명이 이날 오후 9시45분쯤 가톨릭대 정문 옆 골목길에서 뭔가 잘못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30대 남자를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남자는 1m70㎝ 안팎의 키에 운동화와 점퍼 차림이었으며 가는 방향은 춘덕산쪽이었다"고 말했다.

◆ 허술한 초동수사=경찰은 지난 15일 이들의 실종신고를 받은 뒤 협박전화가 없고 초등학교 5~6학년생들이어서 유괴될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 단순 가출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 때문에 김모군이 "어른 한명을 뒤따라갔다"는 진술을 했을 때도 "아이들이 춘덕산 쪽으로 갈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아이들의 인터넷 게임 ID 추적 등에만 힘을 쏟았다.

김군이 진술한 골목길은 시신 발견 장소로 이어져 시신을 진작 찾을 수 있는 결정적인 내용이었지만 경찰은 이를 놓쳤다.

경찰은 지난 23일부터 뒤늦게 연인원 1천여명을 동원해 이 일대 빈집과 춘덕산 등을 대대적으로 뒤졌으나 허탕만 치다 네번째인 30일의 수색에서 비로소 시신을 찾아냈다.

정영진.엄태민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실종 16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초등학생 임모군의 아버지가 사고 현장인 부천시 역곡동 춘덕산에서 아들의 주검을 확인한 뒤 바닥에 드러누워 오열하고 있다. [부천=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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