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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군365] 첫 여성 항공조종준사관 정은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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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 ○○시 ○○분, 월몰 ○○시○○분, 월광 ○○%, 강수확률…." 이날 저녁 야간 조명탄 투하 훈련과 다음날 공중강습훈련을 앞두고 위험예지 자기화 워크숍 및 비행신고를 하는 목소리가 또랑또랑하다.

이번 훈련에서 1호기로 선두에서 블랙호크(기동헬기 UH-60) 조종을 맡은 정은희(28) 준위. 육군 여성 준사관 출신으로는 처음이자 현재 유일무이하게 항공 조종을 맡고 있다. 프로펠러 소리가 가득한 계류장에서 중대원들과 함께 훈련준비에 한창인 정 준위를 만났다.

■내 인생의 나침반은 모집공고

정 준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여군 모집공고를 보게됐다. "그때 천둥처럼 가슴이 쿵 울렸습니다."

당장 사표를 쓰고 여군 부사관에 지원했다.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하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죠." 그렇게 군에 발을 들여놓은 지 3년 후 항공작전사령부의 관제사로 근무하게 됐다.

"매일 날아오르는 헬기를 보면서 나도 조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정 준위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은 항공학교 모집 공고.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남자.' 입교 기준엔 애시당초 여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준사관은 왜 여군이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대답뿐.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매해 정 준위는 모집공고가 나올 때마다 여군 준사관의 모집 여부를 물었다. 드디어 3년째.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자'로 기준이 바뀌었고, 2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항공학교에 입교 후 헬기에 처음 올라탔을 때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라고 그러죠. 그런데 전 정말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할머니 조종사를 꿈꾸다

정 준위는 현재 비행시간이 750시간에 달한다. 그래도 비행을 할 때마다 매 순간 새로움을 느끼고, 그래서 언제나 자신이 조종을 선택한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기상 변화와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면 똑같은 비행이더라도 언제나 첫경험이 됩니다."

많은 훈련에 참가했던 정 준위가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은 지난 3월에 치러졌던 대규모 공중강습작전이라고 한다. "정조종사가 되고나서 대규모 훈련에 야간 임무를 맡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뿌듯했습니다." 정 준위의 교관 조종사였던 고영준 준위는 "정 준위는 공간 감각이 뛰어납니다.

또 중대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대장인 이훈 소령도 "가끔 제가 부조종사로 동승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왠지 편안해져요. 그만큼 비행조작 센스가 탁월합니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조종 임무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2시간 가까이 임무 수행을 하다 보면 피로가 극에 달합니다. 굉장히 힘듭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의 꿈은 '할머니 조종사'라고 한다. 건강과 안전비행을 꾸준히 해내서 55세 정년까지 조종석에 앉아있고 싶다는 것이다.

"훌륭한 여군 후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도전해 주세요. 도전하는 자에게 항상 길은 열려 있습니다."

■항공작전사령부는

육군의 모든 헬기를 지휘하는 부대이다. 한반도 전역을 작전지역으로 하고 있으며, 육군의 공세기동전력의 핵심부대이다. 항공작전사령부가 보유 중인 헬기는 크게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로 나뉜다. 공격헬기는 500MD·AH-1S(코브라), 기동헬기는 UH-1H·UH-60(블랙호크)·CH-47(시누크) 등이 있다.

■와일드이글대대는

평시에는 주요 지휘관 및 VIP 수송임무, 산불진화 및 재난 구조임무, 각종 합동·협동·연합 훈련을 실시한다. 전시에는 주요 직위자 수송임무 및 각종 물자공수, 공중강습작전 등을 수행한다. 공중강습작전은 각종 장비와 병력을 헬기를 이용하여 목표지점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UH-60 블랙호크 항공기는

200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랙호크다운'에 등장한 헬기이다. 1978년 미국 육군에 배치. 1983년 실전 참가. 1984년 주한미군 배치. 1990년 육군 도입. 조종사 2·승무원 2명에 무장시엔 11명, 비무장시엔 15명이 탑승할 수 있다.

순항 속도는 시속 234㎞, 최고 속도는 시속 347㎞. 화물인양능력은 3.2t. 적 레이더 경보와 열추적 미사일 교란장치 등으로 생존성이 우수하고, 자동비행 조종장치로 속도 및 방향을 자동 조종할 수 있다.

■정은희 준위는

1979년 출생. 1999년 3월 입대(국방부 여군학교). 1999년 8월 부사관 임관(제3야전군 사령부). 2002년 항공작전사령부 관제대대 레이더 계기 관제사. 2003년 육군항공조종 준사관 합격. 2003년 9월 육군항공학교 입교. 2004년 5월 항공작전사령부 와일드 이글 부대로 임관. 2006년 4월 정조종사.

음성=글 이방현 기자 [ataraxia@ilgan.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01@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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