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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천고마비' 옛말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가을 하면 맑고 푸른 하늘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올가을은 비가 잦아 이름값을 못 하고 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지역에 비가 내린 날은 이날까지 포함해 모두 18일이나 된다. 사흘에 이틀꼴로 비가 내린 셈이다. 장마철도 아닌 9월에 이처럼 비가 자주 내린 것은 1962년 9월에 19일간 비가 내린 이후 처음이다. 1971~2000년 30년 동안 9월에 비가 내린 날은 평균 10.6일이다. 서울 지역의 9월 강수량도 27일 정오까지 226.2㎜를 기록, 평년 9월 강수량 137.6㎜의 1.6배나 된다.

남부 지방도 평년 9월 강수량의 4~5배에 해당하는 잦은 비로 피해를 겪고 있다. 영.호남 농촌 지역에서는 일조량 부족으로 이달 초순 흰잎마름병 같은 벼 병충해가 번졌고, 건설현장에서도 터닦기 같은 토목공사 진행이 어려워 공사 차질을 빚고 있다.

속리산에서는 균사 발달이 잘 안돼 송이 수확이 대폭 줄었고, 설악산 대청봉 단풍도 고운 빛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중청대피소 직원 김용부씨는 "이달 들어 20일 이상 비가 내렸고 밤기온도 10도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일교차가 적어 대청봉의 단풍이 예년보다 곱지 않다"고 말했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9월 들어 북쪽 한기와 북태평양고기압이 맞서면서 비가 많이 내렸고 태풍 나리.위파도 영향을 미쳤다"며 "28일부터는 점차 맑아지겠지만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낮더위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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