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경제 마음가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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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핵문제가 긴장의 도를 더해감에 따라 경제에도 간기적인 충격이 번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가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고,일부 국민들이 비상물자구매에 나서는가 하면 외국에서 돈을 빌리는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사회 일각에서 개탄하는 안보불감증과 비상물자구매 필요 사이에서 약간의 도덕적 갈등을 느끼고 있다. 벌써부터 매스컴에서 강남의 일부 여론지도층 아파트의 사재기풍조를 지적하고 있어 그 충격이 어느 정도는 다른 지역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들이 산다니 안사기도 걱정스럽고,사자니 남의 눈이 의식되는 그런 어색한 상황이다.
주가가 급락한 것을 놓고도 해석이 구구하지만 일단 시장 전체로는 당분간 북핵문제가 부정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결정적인 계기는 북한의 IAEA 탈퇴다. 그 전에는 사찰,협상과 결렬이 반복되는 지루한 불안상황에서 별로 의미를 두려하지 않았지만 이제 국면이 두번째 단계로 옮겨갔다고 투자자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경제 전체로는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정상상태라고 규정하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해서 모른체할 수도 없는 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44년전 6월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특수한 우리 경험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안심하라고 하는 그 말조차 피부로 확신할 수 없다. 44년전에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나와 내 가족은 내가 돌볼 수 밖에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현재 상황은 긴장은 하되 필요이상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때는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난 40여년간 정부가 의도적으로 안보상황을 과장하는 가운데도 남북대치 상황을 잘 견뎌왔고 경제도 발전시켰다. 현재 외국 관광객이 줄어든다지만 우리가 흔들릴 이유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해이해졌던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국민들이 상황을 잘 견뎌내는데도 한계는 있다. 국가안보는 정부의 고유기능이고,국민들은 평소 일을 해 세금을 내는 것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성숙한 국민의식에 기대지만 말고 정부가 국민이 안심하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자면 시나리오에 입각한 상황파악 및 대처노력,그리고 대국민 정보공급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또한 국제경제사회에도 평소 상태임을 알리는 대외홍보를 강화하고 외국인들이 불필요하게 우리와의 경제활동에 위축되지 않도록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험의 확률을 정확히 게산하는 정부자세가 국민신뢰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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