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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넘어 진화하는 기업간 짝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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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업 간 전략적 제휴도 진화한다. ‘1+1=3’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전혀 무관한 듯한 기업들이 ‘이(異)업종 교배’로 신제품을 내놓거나 연구개발(R&D)에 손잡는 추세가 뚜렷하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적과의 동침’ 이나 공동 마케팅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연합 전략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창수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제휴가 상호 기술·마케팅 능력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더욱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추구하는 쪽으로 치닫는다”고 말했다.

◆기술과 감성의 결합=전공 분야가 다른 업체들끼리 제휴하는 일은 전자업계에선 다반사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인 아르마니와 휴대전화·LCD TV 공동 개발에 관한 제휴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휴대전화 디자인은 조르조 아르마니 등이, LCD TV 디자인은 아르마니 카사가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르조 아르마니-삼성 럭셔리 휴대전화’는 11월께, ‘아르마니 카사-삼성 럭셔리 LCD TV’는 내년 1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아르마니의 제휴는 단순한 공동 제품 개발 차원을 뛰어넘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전자제품은 고급 전자제품 매장뿐만 아니라 아르마니 전속 소매 유통망에서도 진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덴마크의 명품 가전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힘을 합쳐 첨단 디자인의 휴대전화 ‘세레나타’를 곧 출시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잡고 ‘프라다폰’을 선보여 톡톡히 재미를 봤다. “‘프라다’라는 이름만 빌린 게 아니라 제품 기획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두 회사가 협력했다”는 설명.

◆다른 업종 간 기술의 접목=포스코는 최근 LG전자와 고효율 모터를 공동 개발하는 제휴를 했다. 이를 위해 양측 기술진이 참여하는 ‘기술협력위원회’를 연내 만들기로 했다. 포스코는 고효율 모터 개발의 관건인 내마모성과 내열성이 뛰어난 소재 개발을 맡기로 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올 초 독일의 인피니언테크놀러지스AG와 차량용 전장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공동 연구소 ‘현대-인피니언 혁신센터’를 서울 양재동 현대차 그룹 본사에 설립했다.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세계 2위 업체. 두 회사는 공동 연구를 통해 차량용 맞춤형 반도체(ASICs)와 하이브리드·연료전지차 전용 고전압 전력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긴밀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경영은 기업 대 기업이 아닌,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LG전자와 하루속히 손잡아야 한다고 BMW 독일 본사에 제안했다”고덧붙였다.

표재용·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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