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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열전>君子와 小人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君子가 小人과 다른 것은 의연함 때문이다.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근심치 않고,또 욕을 먹어도 변명에 급급하지 않으면서,그저 너그러움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얻어가는 것이다(論語)」.
어떤 제품이 그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이른바「상표에 대한 충성심」(Brand Royalty)까지 얻어가며,오랫동안 1위자리를 차지하는 비결도 이같은 군자의 덕과 크게 다르지 않다.
2,3위 제품들이 호시탐탐 1위를 노리며,차별화.계층화.비교광고 등의 전략을 펼치고,툭하면 일부러 시비까지 걸어올 때도 1위 제품은 이같은 의연함 하나로 도전을 물리친다.
80년대말 美國 햄버거시장의 2위인 버거킹社가「쿼터파운드 햄버거」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공격을 했을 때 1위인 맥도널드 햄버거가 보였던 대응이 좋은 例다.
당시 버거킹社는 맥도널드의「빅맥」을 겨냥,쇠고기의 무게가 4분의1파운드나 되는 제품을 만들어 兩社제품을 저울로 비교하는 광고까지 등장시켰다.『우리보다 쇠고기도 적으면서 무슨 빅맥(Big Mac)이냐』는 식이었다.
이때 주위에선 맥도널드가『더 큰 제품을 내놓으며 대응할 것』으로 보았지만 맥도널드는『미국 국민이 하루평균 먹는 빅맥의 양은 얼마』라는 東問西答식의 대응을 했다.아울러『수만명의 방글라데시 난민이 빅맥 덕에 되살아났다』며 공익캠페인을 벌였다.
진흙탕 싸움을 피하면서『우리는 버거킹과는 차원이 다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데 주력한 것이다.야심만만했던 버거킹의 전략이 실패한 것은 물론이다.
최근 럭키.제일제당.애경등이 잇따라 섬유유연제시장에 뛰어들어기능의 우월함을 내세울 때,1위업체인 피죤이 맞대응 대신 부드러운 분위기의 광고를 일관되게 내보내면서 70%의 점유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맥주의 대명사인 OB가 하이트맥주에 대해 지하수시비를 걸고,모방광고를 만들고,또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여자모델까지 광고에 등장시킨 대응제품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하이트를 갈수록 도와주는 셈이 됐다.아마 OB가 君子는 싸움판 근처 도 가지 않는다는 孔子말씀을 잠시 잊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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