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처방전마다 소화제 빠지지 않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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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한국인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가 “왠지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는 것이다. 가벼운 감기도, 중한 병에 걸려도 소화불량을 가장 먼저 의사에게 털어놓는다.

심지어 여드름 치료에도 소화제가 처방되곤 한다. 여드름약으로 흔히 쓰이는 독시마이신에 소화제가 같이 처방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항생제들은 일반적으로 위장장애가 별로 없지만 독시사이클린은 위장장애가 흔하게 나타나 소화제 처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약제 중 하나다.

이처럼 소화제를 주된 약에 복합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소화불량자가 아니라도 약물이 위를 자극해 과산상태가 되거나 저산상태를 유발, 소화불량이 될 수 있다.

약이 음식과 함께 위 속에 너무 오래 있다 보면 소장에서도 음식소화가 불완전해져 약물 흡수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소화효소제를 같이 처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빈속에 먹어야 하는 약일 경우에는 소화불량 증상여부와 상관없이 소화제 복합처방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3개 중 하나는 소화제, 남용 심각=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마다 호소하는 공통된 증상은 바로 ‘소화불량’. 의사 입장에서 환자들이 아프다는 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 종합병원에 비해 소화제 처방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2007년 약제평가, 처방건당 약품목수’를 통해 소화제 남용실태를 지적했다.

올해 처방품목비율로 따져보면 3품목 중 하나는 소화제로, 전체처방품목 중 소화제가 62%이상의 높은 처방률을 보였다.

이에 심평원은 ‘소화기관용약 처방률’의 적정화를 통해 실질적인 약품목수 개선을 도모할 계획으로, 약품 사용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있을 때만 처방, 약물요법 대신 생활습관을 바꾸는 방법을 권장하는 등 의료인(기관)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국민들의 약물사용에 대한 인식변화를 위해 국민에게 올바른 약제사용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음주 전 소화제는 알코올 흡수 촉진제= 소화제는 소화작용을 높여주고 영양흡수를 증진시킨다. 가끔 술을 마실 때 소화제가 음식물을 분해한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음주 전이나 후에 소화제를 복용하면 알코올 해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소화제를 먹게 되면 소화액분비와 소화운동을 촉진시켜 영양분의 흡수력도 좋게 한다는 것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오히려 소화제가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급격히 높일 수 있다. 위장 내 알코올 배출을 촉진시켜 알코올이 혈액으로 보다 빨리 흡수되도록 하기 때문.

처방약 복용 중이라면 음주는 더욱 금해야 한다. 혹시라도 특정 건강관리 때문에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에서 원치 않더라도 소화제를 복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약물 복용으로 인한 위장 장애를 막고, 약의 흡수율을 좋게 하여 약의 효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고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대부분의 처방약에는 소화제가 함께 처방된다.

우선 해독작용을 하는 간에 약물과 알코올 해독이라는 이중부담을 안겨줄 수 있고, 두 가지 성분이 대사되면서 생기는 화학반응이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을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위장질환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위염이나 위궤양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기 때문에 위장질환 치료 시 음주는 절대 금물이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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