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경제제재/일,겉은 지지 속은 신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안보리 결의없인 송금중단 어려워/국내법상 문제점 많아 고심/북한 자극 테러 유발도 우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실시가 효과를 거두려면 중국의 석유수출금지와 일본의 대북한 송금중지가 절대적이다.』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미 일 3국 실무자회담에서 미국은 이같이 지적했다.
일본은 그러나 일 국내법이나 정국·인권문제 등으로 제재의 완전한 실현이 어려운데다 유엔결의로 전세계가 동참하지 않는한 완전한 송금중단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또 북한을 자극,조총련의 테러 등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서도 대북제재에 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이 검토하고 있는 경제제재는 송금·인적교류·무역거래중단 등 세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송금은 합작사업·은행·친인척 방문을 통한 송금 등 3개 루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 금액은 연간 6백억∼1천억엔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북 송금방법 가운데 합작사업의 경우 84년 합영법 제정이후 설립된 합영·합작기업 1백10개중 90%나 되는 조총련계 기업이 투자자금 또는 무역거래를 빙자해 송금하고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올들어 벌써 2백억엔 이상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을 통한 직접송금의 경우 92년 한햇동안 3천여건을 기록했으며 북한의 조선은행과 일본의 아시카가(족리)은행이 가장 큰 송금창구다. 또 조총련계 동포들의 친·인척 방문을 통해서도 송금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방문객들에게 1인당 3백만엔 이상 갖고 들어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밖의 경제제재로 무역거래 정지를 들 수 있다. 일 통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북한에 21억9천6백54억달러를 수출하고 25억2천3백51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북한과 일본무역의 90%가 조총련을 통한 이른바 조­조무역이다.
일본이 이같은 대북송금 가운데 간단히 중지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외환창구인 조선합영은행과 계약을 체결한 일본금융기관간의 연간 1백억엔에 이르는 직접 송금뿐이다. 홍콩 등 제3국을 통한 송금은 유엔결의로 전세계가 동참하지 않는한 막을 방법이 없다. 또 1인당 5백만엔이 한도로 되어있는 조총련계 동포들의 직접 송금도 막기 어렵다.
가키자와 고지(시택홍치) 외상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의식,『제재가 실시되더라도 인도적 차원의 직접 송금은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총련계 동포들의 북한방문금지도 헌법상 이동의 자유와 인권상 문제 때문에 간단히 실시할 수가 없다.
연간 1만5천명 이상씩 북한을 방문하는 조총련계 동포들이 친·인척방문을 통해 가지고 나가는 금액이 일본 대북송금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 이를 막지못하는 경우 대북송금 중단효과를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또 외국환관리법 또는 무역관리법은 자유로운 자금이동을 허용하고 있어 법적으로도 송금중단에는 문제가 있다. 외국환관리법 등은 단서조항으로 『국제적 약속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서라면 송금중지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유엔결의가 없을 경우 송금중단조치는 위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