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민주주의 실현-PC통신 통해 여론 즉각 전달.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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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94년 5월1일 한 시민운동단체의 사무실.
여론청취 담당 간사가 최근 물의를 일으킨 나가노 日本 전法務相의 망언에 대한 국민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PC통신망에 개설한 「여론마당」의 전자우편을 살펴보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규탄하는 것이었지만 金간사는 좀더 정확한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간단한 설문지를 만들어 급히 PC통신 가입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띄웠다.
30분정도 지난 뒤 5백여명으로부터 응답이 왔다.이중 80%이상인 4백23명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와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 일본 불신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멀리 미국과 일본 교포들의 의견도 올라와 있었다.金간사는 즉시 이 결과를 게시판에 올리고 청와대를 비롯,주요 정당에서 개설한 게시판에도 전송했다.
신문.방송등의 매체 이외에 컴퓨터와 전화선을 통해 여론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현장이다.
언젠가는 투표도 컴퓨터를 통해 하는 날이 올 것으로 내다보는사람들도 있다.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컴퓨터가 부활시키고있는 것이다.
『전자정부론』의 저자인 美 앨 고어 부통령은 미국내 PC통신망인 「컴퓨서브」를 통해 미국내 1백만명의 국민들과 온라인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컴퓨서브의「백악관 마당(White House Forum)」에는▲대통 령▲과학기술.우주▲국제.유엔▲방위.재향군인▲경제.적자▲보건▲교육▲에너지▲환경등 총 16개분야의 메뉴가 개설돼 대통령과 행정부를 상대로1백만명이 활발한 의견개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본떠 천리안과 하이텔에 「청와대 큰마당」이 지난해 말 개설돼 큰 반향을 일으켰고 시민운동단체들도 이미온라인정책협의회(회장 孫鳳鎬)를 결성,하이텔에 「열린 정책회의」를 개설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등 10여개 사회단체가 가입한 온라인정책협의회는 PC통신을 통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회원 또는 시민의 의견이나 고발등을 접수해 각 단체의 활동에 반영하기도 하고 반■로 각 단체의 정 책.법안.연구자료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온라인정책협의회는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6월 15일한국프레스센터에서「정보화시대와 시민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다.
국회의원들도 최근 PC통신을 통한 의정활동에 나서 民自黨의 金德龍의원,民主黨의 李哲.李富榮의원과 盧武鉉 최고위원등이 PC통신에 앞장서 표밭의 생생한 소리를 듣고 있다.
이외에도 仁川지역 지역통신망인 「인디텔」이나 전교조등 단체에서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설BBS(전자게시판)를 운영하는등 PC통신을 통한 토론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徐京錫 경실련 사무총장은『정보교환이 중시되면서 시민운동도 정보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대중정보시대가 됐다』고 말하고『전자 민주주의시대를 대비해 시민운동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참여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李炯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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