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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투 甲스'] 권노갑씨 실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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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 시절 최측근으로 보필했던 인연으로 국민의 정부 때 최대 실세로 불렸던 권노갑(權魯甲.74.사진)전 민주당 고문.

그는 29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선고가 길어질지 모르니 자리에 앉으라"는 재판장(황한식 부장판사)의 권유에도 "괜찮다"며 사양했다. 방청석에는 지지자 등 60여명이 자리를 지켰고 權씨는 무죄를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2000년 "금강산에 카지노를 설치하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대그룹에서 현금 2백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20여분 만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權씨에게 돈을 줬다고 한) 고(故) 정몽헌 회장 검찰조서 증거 능력과 신빙성이 인정된다." "사건 관계자들의 외국 체류기간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이틀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10일 이상 된다."

모두 權씨에게 불리하고 검찰 측 손을 들어주는 것들이었다.

"피고인이 鄭회장, 이익치 현대증권 전 회장 등을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청탁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재판장이 말하는 대목에서 權씨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만난 적도 없는데 만났다고 하네"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정권 실세로서 영향력을 이용, 현대그룹의 청탁을 받고 알선수재액으로는 유례가 드문 2백억원을 받았다"며 질타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재판장은 權씨에게 알선수재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 추징금 2백억원을 선고하고 퇴정했다. 權씨는 방청석을 뒤돌아보며 "이건 아니다. 하늘이 알 것"이라며 계속 중얼거렸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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