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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가을 거닐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호 15면

죽은 이들과 나누는 그림 대화
비엔나 미술사박물관 전
9월 30일까지, 덕수궁미술관

연휴에 가볼 만한 전시

서양미술사의 황금기라 할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회화정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야무진 전시. 부제로 붙은 ‘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이 보여주듯 500여 년 통치 기간 중 수천 점이 넘는 걸작을 수집한 가문의 중요 회화 64점이 처음 한국에 왔다. 렘브란트의 ‘책을 읽고 있는 화가의 아들’, 루벤스의 ‘시몬과 에피게니아’, 크라나흐의 ‘롯과 그의 딸들’ 등 대화를 나누며 ‘나’를 비춰볼 만한 그림들이 순례객을 기다린다. 덕수궁미술관의 고담한 풍경과 어우러진 그림들을 일별하고 전시장을 걸어나오면 한때 살았던 역사 속 인간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문득 그림 속 얼굴이 되새겨진다.
문의: 02-368-1414

역사 앞에 선 미술
최민화 전-이십세기 연작
9월 30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최민화씨는 현실에 민감하고 역사에 치열한 화가다. 그림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예쁜 표정만 짓고 있는 것에 그가 불만이 많은 이유다. 일찌감치 1980년 광주 민주항쟁에 주목해 ‘분홍 그림’ 연작을 쏟아낼 때 그는 말했다. “분홍은 도발의 색”이라고. 길거리를 달려나가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뭔가 분노하고 있던 시민에게서 그는 분홍으로 뿜어져 나오는 평범한 사람들, 소외받아 슬픈 이들의 에너지를 보았다. ‘이십세기’ 연작은 화가 최민화씨가 돌아본 전쟁과 폭력의 20세기 보고서다. 기록 사진 위에 덧입힌 분홍의 열기 속에 인류사의 그늘이 진다.
문의: 02-760-4602

미래를 미술로 그린 한국 작가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12월 30일까지, KBS신관 특별전시장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백남준(1932~2006)은 비록 오래 한국을 떠나 있었어도 우리 가슴에 한국인 작가로 세계 미술계를 휘어잡은 천재로 남아 자랑스럽다. 유럽의 대형 미술관이 앞다투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한 현대미술계의 거장답게 백남준의 대표작은 대부분 미술관에 들어가 있어 감상이 쉽지 않다.
이번에 한국에 온 백남준의 작품은 모두 이런 미술관 컬렉션으로 보기 드문 기회라 할 수 있다. 수십 년 앞서 비디오아트를 창조한 그는 예술의 새 지평을 연 선구자였다. 아이들과 손잡고 가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이런 개척자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그림 감상법이 될 것이다. 문의: 02-739-8824

‘미술은 무엇일까요’ 묻는 전시회
3부작 가을 전
10월 21일까지, 일민미술관

‘미술=돈’이라는 몹시도 자본주의적인 공식이 미술계를 휩쓰는 요즈음, 다시 한번 ‘미술은 무엇일까요’를 묻고 싶은 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전시회다. 독특하게도 각기 따로 노는 전시 세 건을 한자리에 묶어놓은 점이 우선 수상하다. 1층 이수경 개인전 ‘땅, 바람 & 불’, 2층 ‘무명씨 연출전-야릇한 환대’, 3층 ‘전영찬 개인전-인사이드 아웃’이 어울려 있다. 깨진 도자기 파편을 엉뚱하게 이어 붙여 새로운 미술을 보여주는 이수경, 시시콜콜 갖가지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새 세상을 창조하는 무명씨,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미래의 삶을 보여주는 전영찬까지, 이 괴기한 전시장을 돌고 나면 ‘미술은 무엇일까’ 정말 묻고 싶어지고, 그것이야말로 이 전시가 노린 바다. 문의: 02-20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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