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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사람] “휴학 상태에서 음악작업에 몰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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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서울대 개교 이후 최초의 탄핵 총학생회장 황라열. 과장된 이력을 내세웠다는 이유로 사퇴한 황씨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지 1년이 넘었다.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의 작태가 낱낱이 고발되는 요즘,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광주 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됐던 신정아 교수에서부터 능인선원 지광 스님, 연극인 윤석화, 그 외 수많은 명사…. 연이어 터져 나오는 유명인들의 가짜 이력에 대한 고백이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오죽하면 회사 직원들에 대한 학력 검증까지 실시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황라열(30)’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최근의 학력 위조 사태가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여름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 씨가 이력을 조작한 것이 밝혀져 사퇴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1년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대 총학생회 측은 이후 총학생회장을 재선출하는 등 후유증을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직도 학생들의 신뢰는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당시 단대 학생회에 소속됐던 한 학생은 “당시의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황씨뿐만 아니라 학생회 전체가 학생들로부터 집중적으로 비난받았기 때문이다. “굳이 취재해 잊힌 사건을 다시 언급해야 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파문의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 강하게 남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이야기 나가면 또 욕 먹을 텐데…”

그렇다면 사건의 주인공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서울대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황씨는 탄핵 이후 바로 잠적했다고 한다. 친한 학교 친구조차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공식적으로는 휴학 중!

그러나 그가 마냥 은둔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자신의 ‘끼’를 살려 음악활동 등 여러 가지 일에 전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야구팀 SK와이번스의 치어리더들이 결성한 그룹 ‘하이라이트’와 함께 작업을 했다고도 한다.

‘하이라이트’가 낸 디지털 싱글 앨범의 작사·작곡은 물론 전체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구팀 SK나이츠의 응원가를 작곡하고, CF 음악작업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최근의 심경을 듣고자 황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직 언론과의 접촉은 불편한지 그는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지만, 몇 가지 질문에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근황을 묻는 말에 그는 “원래 내가 하던 방식 그대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하루 그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다. 뭔가 계획을 세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음악활동을 계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황씨는 “10년 동안 나의 밥벌이는 음악이었다. 원래 하던 것을 계속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학생회장직을 사퇴한 직후 황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세이와 음반을 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그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듯했다.

확실한 일정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황씨는 “조만간 개인 앨범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사건의 기억을 잊고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통화 내내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가짜’ 이력으로 사회가 떠들썩한 요즘, 그의 마음도 편치 않은 듯했다. “지금 내 이야기가 나가면 또 욕 먹을 텐데…” 하며 보도를 만류하기도 했다. 다시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의 말.

“사건을 겪으며 많은 회의를 느꼈다. 이번 주에 자퇴서를 낼 생각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부풀린 이력으로 곤욕을 치렀던 황라열 씨. 그는 과연 ‘진짜’ 음악인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까?쫒

황라열, 누구인가?

서울대 총학생회장선거에 출마했던 황라열(30) 씨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그가 가진 특이한 경력 때문이었다. 공사장 인부, 인기 그룹 백댄서, 언더그라운드 밴드 가수, 무에타이 선수, 언론사 수습기자를 두루 거쳤다는 그의 인생역정은 마치 소설 같았다.

특히 ‘한총련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 때문에 대학가의 바뀐 풍속도를 대변해 더 화제가 됐다. 지난해 4월, 황씨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자 언론은 대대적으로 그의 인터뷰를 기사화했다.

그런데 당선 한 달 만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히거나 선거 당시 공약집에 기재했던 다양한 이력 중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고려대 의대에 특차로 합격했다는 것과 모 주간지의 수습기자로 일했다는 이력이 거짓이라는 주장이었다. 또 그가 성인게임 개발업체를 운영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그가 마약 판매상이었다는 루머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황씨는 “주간지 수습기자 근무는 몇 차례 기고 청탁을 받았던 것”이며 고려대 의예과 합격에 관해서는 “합격했지만 입학은 못했다”고 해명했다. 청문회를 열어 학내에서 자체 검증을 시도했으나 황씨가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내놓지 못해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결국 지난해 6월12일, 대표자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황씨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서울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박미소_월간중앙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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