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한테 '팽'당한 것 아니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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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경선에서 고전하는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한나라당 출신인 손 후보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지지를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더 나아가 손 전 지사가 동교동계로부터 팽(烹)당한 게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

'동교동계 막내'로 손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설훈 전 의원은 21일 "김 전 대통령도 손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김 전 대통령으로선 모든 후보가 다 자식 같으니 표현을 못 하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고 주장했다. 설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그동안 가장 강조해온 게 범여권의 통합인데, 손 후보가 그 뜻을 정확히 실천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DJ가)미국에 계시니까 그렇지 동교동도 요즘 (손 후보를 위해) 비상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DJ를 수행 중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0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동교동이) 신당의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실장은 이어 "동교동 측이 손 전 지사를 한나라당에서 탈당시켰다, 여권으로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냈다는 얘기가 있으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누가 그런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동교동계 핵심 인사인 윤철상 전 의원도 이날 "경선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동교동은 완전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교동계 일부에선 손 후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동교동계 출신의 한 전직 의원은 "손 후보가 한나라당에서 안 되니까 이쪽으로 온 것 아니냐"며 "동교동은 그가 한나라당 시절 대북 문제에 대해 입장을 같이한 것 등을 감사해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기 지지세력을 하나도 못 데려왔는데 이기기가 쉽겠느냐"며 "손 후보 측이 경선에서 동교동의 지원을 기대했다면 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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