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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손학규 후보의 역겨운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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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당의 경선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말만 국민경선이지 국민은 외면하고 있다. 본인도 모르는 대리등록으로 숫자만 채워놓다 보니 투표하는 사람은 다섯 명에 한 명꼴이다. 동원하는 의원의 성향에 따라 지역마다 몰표가 나온다. 이것이 무슨 가장 선진한 민주제도인 양 자랑하며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 줄줄이 후보가 물러나며 이합집산을 하는데 야합의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 해도 손 후보의 태도는 바르지 못하다. 그는 한나라당에서도 경합을 벌이다 세 불리해 뛰쳐나왔다. 그런데 신당의 경선 막바지에 또다시 박차고 나간다면 한국 정치사에서 또 하나의 대표적인 불복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단 게임이 시작됐는데 규칙을 바꿀 수는 없다. 본인이 양보했다고 하지만 양보해 놓고 지금 와서 문제를 삼는 건 투정이다.

손 후보의 행동은 보기에 너무 딱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처신이 이래서는 안 된다. 사실 말이 신당이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건 본인도 잘 알았을 것이다. 다른 당에서 몸만 옮겨가서는 그 당에 뿌리내린 세력과 싸우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는가. 햇볕정책에 박수만 보내면 ‘보이지 않는 손’이 후보로 점지해줄 것이라고 기대라도 한 건가. 이런 풍파를 견디겠다는 각오도 없이 한나라당을 뛰쳐나갔는가. 그것도 침을 뱉고 나갔다. 이제는 통합민주당을 침 뱉고 나올 셈인가. 그렇다면 손 후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나와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는가.

경선에 문제가 있다면 확실한 증거를 내놓고 정식으로 문제를 삼으라. 공직선거법에도 부정은 금지돼 있다. 지방으로 돌아다니며 관심을 끌려 하지 말고 돌아와 당당히 경선에 임하라. 자신이 없다면 깨끗이 사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