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헌팅' 해외 치료 알선 성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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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희귀병인 두개골 골간단형성부정증(CMD)을 앓고 있는 김민섭(5)군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대학병원에서 1주일간 진료를 받고 왔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뼈가 정상보다 두꺼워지는 세계적인 희귀병이다.

金군의 부모는 한국에서 사례가 없다 보니 너무 답답해 미국행을 택했다. 비슷한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에게서 상태와 향후 대처요령 등을 정확히 듣고 귀국했다. 비용은 모두 5백만~6백만원 정도. 어머니 이정옥(34)씨는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치료법은 한국과 같았지만 속시원한 설명을 들은 게 수확"이라고 말했다.

金군처럼 외국행 진료에 나서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주로 암이나 희귀.난치병 환자들이다.

한국에서 치료법을 찾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선진국의 의술이 우리보다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외국에서 암이나 심장병 진단 등의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또 국내 병원의 진료기록을 외국으로 보내 한국의 치료방법이 맞는 지, 다른 방법이 없는 지 등을 문의하는 서비스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천명의 환자가 해외로 나가 대략 1조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로 미국 MD앤더슨.존스홉킨스.슬로앤 캐터링 등 미국의 유명 병원을 많이 찾는다.

이처럼 수요가 많다 보니 대행업체들도 속속 늘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환자를 유치하는 업체들은 캔서에이드.아이리치코리아.코아메드.글로벌MD 등 10여곳. 이들 업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 의료기관의 정보를 공급하면서 환자 알선과 2차 진료 소견서를 받아주고 있다. 2차 진료 소견서란 국내에서 진료받은 내역을 번역, 외국 의사에게서 치료의견을 받는 것이다.

대행사인 코어메드의 한 관계자는 "종전에는 부유층이 많이 갔지만 요즘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중산층도 나간다"고 말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가 보험상품과 연계해 해외 진료를 알선하기도 한다. 은행의 VIP고객과 연계한 경우도 있다.

비용은 건강진단의 경우 7백만원 내외, 질병문의 서비스는 3백만~4백만원, 해외 진료는 암의 경우 2천만~1억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항공료나 숙박비는 별도다.

◆ 문제는 없나=의료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의술의 수준이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원정진료의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충고한다. 또 '3시간 대기-3분 진료'를 강요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손보거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MD앤더슨 출신의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은 "위암과 같은 '한국형 암'은 한국이 진료 경험이 많기 때문에 우리 의술이 더 낫다"면서 "잔뜩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하현옥.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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