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지수 진입 또 좌절 … 시장은 담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 진입 길목에서 다시 주저앉았다. 2004년 FTSE의 관찰 대상국에 오른 후 세 번째다.

FTSE의 마크 메이크피스 회장은 20일 서울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대만과 함께 현재와 같은 관찰 대상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FTSE가 밝힌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외환시장 규제 부문이 선진지수 편입 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다?=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를 넘어설 정도로 크기 때문에 한국이 빠지게 되면 신흥시장지수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FTSE가 실제로 고민한 부분은 바로 이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서 선진 시장으로 격상된 이스라엘은 신흥 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1.92%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이 빠지더라도 신흥시장지수를 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도 “이미 선진 시장에 편입된 영국·독일·프랑스도 한두 개 정도의 항목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부 요건 때문에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에 들지 못한다는 논리는 좀 궁색하다”고 말했다.

◆4수(修)째는 성공할까=FTSE는 이날 한국 증시의 신흥 시장 잔류를 밝히면서도 2009년에는 선진 시장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내년 이맘때 지수 재조정 심사를 통해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이 결정되면 1년 뒤인 2009년에는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는 얘기다.

메이크피스 회장은 한국이 선진지수로 바뀌지 않는 데도 이례적으로 방한해 기자회견을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09년에는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직접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방문했다”고 답했다.

중국 증시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에 긍정적 요인이다. 신영증권의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FTSE 글로벌 지수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중국A증시가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된다면 한국과 대만이 빠지더라도 지수 운영의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지수는 선진지수 편입 좌절 소식으로 장 초반 한때 8포인트가량 빠지긴 했지만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6.32포인트(0.33%) 오른 1908.97로 장을 마쳤다.

최준호 기자

◆FTSE지수=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런던증권거래소(LSE)가 1995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FTSE 인터내셔널 그룹이 발표하는 지수. 주식시장의 규모에 따라 세계 각국을 선진시장과 준선진시장, 신흥시장 3개 그룹으로 나눈다. 유럽계 펀드가 많이 활용하는 지수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큰 투자지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