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버내키 효과' 한국 경제 영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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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단행된 금리 인하로 증시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미국 금융가는 축제 분위기다. 금리 인하는 주식·채권·부동산 등 각종 자산의 가치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 세계 경제의 엔진 미국의 금리 인하는 주변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엔 대개 대미 수출 증가, 환율 하락, 금리 인하의 영향을 준다. 4년 만에 단행된 미국 금리 인하가 한국 경제에 가져다줄 효과와 의미를 들여다봤다.

수익 나빠질 수도

◆대미 수출=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미국의 금리 인하 결정은 아시아 국가의 대미 수출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로 미국 경제에 활기가 돌면 소비가 늘고 그에 따라 수입 물량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은 국제수지팀 정삼용 팀장은 “한국이 부품과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은 이를 재료로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은 자연스럽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도 원화로 계산한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외국인 투자 기대

◆환율=일단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번 인하(0.5%포인트)로 미국의 정책 금리는 4.75%가 됐다. 반면 한국의 콜금리는 5%로 미국보다 0.25%포인트 높다. 일단 금리만으로 보면 미국에 투자된 돈이 고금리를 좇아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된 셈이다. 한국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달러는 흔해지고 원화는 귀해져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19일(현지시간) 달러는 주요국 통화 대비 1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9일 3.8원이 내린 데 이어 20일에도 3.6원 하락한 923원으로 마감했다.

채권금리 하락세

◆금리=금리 인하 직후 미 국채 2년물의 금리는 하락(가격 상승)했지만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한국운용의 이희진 채권운용팀장은 “정책 금리를 낮추면 채권 금리도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인플레이션 우려, 수급 등 복잡한 요인 때문에 채권 가격의 향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년물을 제외한 국채·회사채 금리가 모두 상승(가격 하락)했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채권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한은이 다음달 콜금리 목표치를 내릴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포함해 여타 채권의 금리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큰 영향 못 미쳐

◆부동산=이번 금리 인하로 미국의 주택경기는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첩첩이 쌓인 부동산 규제 때문에 금리 인하 덕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이 콜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해 CD 금리가 하락하면 대기성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지역의 주택경기가 회복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안종균 PF2본부장은 “정권 교체기에 일부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 침체된 주택경기도 꿈틀댈 수 있다”며 “하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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