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대통령 사돈이 모은 6백50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가 만든 투자회사에 거금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閔씨는 盧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처남으로, 경기도 김포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부동산.벤처기업 투자회사를 차린 지 불과 두달 만에 6백50억원이 유치됐으며 지난주에만 70억원이 넘게 들어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閔씨는 투자전문가도 아니며, 당초 1백억원 모금을 목표로 했는데 벌써 목표액의 6배를 훌쩍 넘긴 것이다. 閔씨가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었다면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라고 해서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혹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은 조심, 또 조심했어야 했다. 閔씨 스스로 "불순한 의도의 돈도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시인할 정도 아니었던가. '불순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뻔하다. 대통령 인척이니 정보가 많아 투자에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과 閔씨를 통해 권력에 선을 대려는 의도 등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閔씨는 자신의 56억원짜리 병원을 담보로 80억원의 특혜대출을 받은 의혹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던 당사자다. 더구나 그가 투자회사를 설립한 때는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시점이었다. 스스로의 행동이 대통령에게 어떤 누를 끼칠지 거듭 생각해 보고 신중히 처신했어야 마땅하지 않았겠는가.

청와대는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閔씨에 대해 "그냥 두지 않겠다"며 뒤늦게 펄펄 뛰고 있는 모양이다. 청와대가 "두달 전에 閔씨에게 경고했다"며 책임을 다한 것처럼 설명하는 모습도 한심하다. 한국에서 대통령 친인척이 투자회사를 차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더구나 閔씨가 회사 등록도 안 한 상태에서 신고도 하지 않고 불법으로 자금을 모았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과 국가가 어떤 불행을 맞게 되는지 우리는 지겹도록 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