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연속좌담>유아교육부터 망치는 大入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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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劉仁鍾의장=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시험제도라고 봅니다.극단적으로 말하면 고시문화가 대학과 공무원을 망쳤고,잘못된대학입시제도가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와 국민학교,심지어 유치원교육까지 망치고 있는 상황입니다.朴漢相군 사건은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우리사회에 훌륭한 교훈을 남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金鍾義교수=입시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대학 이기주의를 버려야 합니다.숙명여대가 대학별고사를 포기하기까지 엄청난 진통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소위 일류大群에서 제외된다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특히 某여대는 본고사를 치르는데 왜 숙대는본고사를 지르지 않느냐는 동문들의 항의성 압력도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본고사라고 불리는 제도는 학부모.학생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대학별 고사이지 결코 本고사가 아닙니다.
▲洪徠교장=가장 큰 문제는 학생선발권을 가진 대학과 정부가 목적주의가 아닌 편의주의적 사고에 젖어있다는 사실입니다.74만명의 수험생을 동일한 문제지와 동일한 과목으로 평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한 것입니다.이 무모한 발상이 획일 화된 교육을강요해 온 것입니다.
내신성적을 평가한다지만 그 또한 학년.반.번.이름,그리고 출석.결석.성적배분율등을 기록한 숫자에 지나지 않습니다.내신성적이라는 개념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劉의장=국가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은 창의력 교육이어야지지식교육이 돼서는 안됩니다.대학별고사를 치르는 대학은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유수의 어느 대학에도 없습니다.
왜 선진국이 대학별고사를 치르지 않고「내신성적+α(알파)」로대학생을 뽑는지 반추해 봐야 합니다.그들의 α란 우리나라와 같은 도구과목 시험성적이 아닙니다.학교.학과별 나름대로 세워놓은객관화된 주관적 기준입니다.
▲洪교장=내신성적에는 학과목 성적 말고도 인성.지도력등 사람됨됨이가 기술될 수 있어야 합니다.지금은 내신성적까지 획일적으로 기록하고 평가하도록 강요되고 있지 않습니까.
내신성적의 반영비율도 대학이 알아서 해야 하지만 학적부의 기록도 숫자가 아닌 문장으로 기록돼야 합니다.지금의 내신성적에는학생의 흥미나 취미.적성도 나타나지 않습니다.공부 이외의 기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과 학과 특성에 따라서는「학교수업에 성실히 참여하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겠다」는 식의 기준으로 출석률에 가중치를 둘 수도 있고,「건강한 사회일꾼을 키워내겠다」는 기준으로 신체발달상황에 가중치를 둘 수도 있어야 합니다.마찬가 지로 봉사활동에 가중치를 주는 대학과 학과도 나와야 합니다.
▲金교수=미국의 의대가 헌혈경험이 없는 수험생으로부터는 원서조차 접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의술은 仁術이라고 말하지만 환자를 마음으로부터 치료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쏟아지는 비판들을 들을 때면 성 적에 얽매인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순수하게 내신성적만이라도 과목별 가중치를 달리할 수도 있겠지요.예를 들어 윤리.도덕 과목의 내신성적에 비중을 두는 대학이나 학과도 나와야 합니다.
▲洪교장=몇년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고등학교를 방문했을때 학생마다 고아원.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보고 놀랐습니다.며칠.몇달씩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가하면 봉사활동 기회를 만들려고 지역단체들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학교로부터 봉사활동 평가를 받지 못하면 내신성적이 형편없이 평가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봉사활동과 특별활동도 입시에서반영해야합니다.그러나 이때 또다시 이를 점수화해서는 안됩니다.
대학이 학적부에 기록된 내용을 읽고 평가하면 되는 것입니다.
▲劉의장=대학입시에서 학과목 성적은 최소한 일정기준 이상에 도달했는가를 평가하면 된다고 봅니다.
싱가포르의 예를 들겠습니다.10년전 교육개혁을 단행하면서 싱가포르대학의 의대와 법대에 우선적으로 수험생 심층 인터뷰제도를선택했습니다.대학중진.노교수 10여명이 수험생과 면담하는 것이수험생을 평가하는 우선적 기준이 된 배경을 이 해해야 합니다.
▲金교수=아무리 좋은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하루 자고 나면 달라지는 입시제도는 문제입니다.일관성없는 입시제도가 학생.
학부모에게 주는 심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몰고오는 교육적 폐해도지대합니다.
대학별고사를 치르지 않기로 한것은 수학능력제도가 완전하다는 판단에서는 아니었습니다.그러나 수험생을 또다시 학원과 과외로 내모는 것보다는 학생들에게 책이라도 읽고 독후감 쓰는 기회를 제공해 온 수능제도를 정착시키려는 의지였습니다.국 .영.수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우수학생은 아닙니다.
▲洪교장=변덕스런 입시제도는 수험생들을 입시마감날까지 원서를들고 모든 대학,모든 학과를 기웃거리게 하는 기회주의로 내몰고있습니다.대학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율권은 눈치만 보고 행사하지못하고 있다가 대학별고사 말이 나오니까 서로 경쟁이나 하듯 뛰어든 것 아닙니까.
▲劉의장=입시제도의 개선은 첫째,수험생과 학부모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고 전인교육이라는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쪽으로 개선돼 나가야 합니다.
또한 입시제도의 개선은 방송통신대학의 정원을 우선적으로 개방하는등 탄력적인 정원정책과 함께 고려돼야 합니다.그리고 충분한재정투자로 전문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실질적인 자격증 기술교육을 실시,진학욕구를 분산시키는 정책과도 연계돼 야 합니다.
입시제도 개선은 다음세대를 위한 것입니다.특정대학이나 계층이누리고 있는 지위를 향유하기 위해 다음세대를 희생시켜서는 안됩니다. 〈정리=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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