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부모 세태속 보은의 효심/부산지검 청소년대상 전혜영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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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콩팥 떼줘 아버지 살린 여고생 「심청」/엄마는 혈액형 달라 선뜻 “내가”/6만원 월셋방서도 마음은 부자
자기만 아는 요즘 신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한쪽 콩팥을 떼내 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아버지를 살려낸 10대 여고생이 있어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부산지검이 매년 이 지역의 모범청소년들에게 수여하는 제9회 삼천청소년상 대상을 받은 전혜영양(17·부산 구포여상 3년·부산시 강서구 강동동 491)이 화제의 주인공.
전양의 효성은 재산상속을 노리고 부모까지 무참히 살해한 반인륜적 행위로 전국을 분노케한 박한상사건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뤄 더욱 빛나 보인다.
단란했던 전양의 가정에 불운이 닥친 것은 86년. 당시 택시기사였던 아버지 전재문씨(46)가 동맥경화증을 앓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으로 수술을 미뤄오다 92년 12월 심장쪽 대동맥이 막히는 중증에 이르러서야 동아대병원에서 두차례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으나 아버지 전씨에게는 신부전증이란 또 다른 재앙이 찾아왔다.
대동맥경화증 수술때도 수술비 1천만원이 없어 친척들과 이웃주민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수술을 받았던 처지여서 콩팥 하나에 2천만원이나 하는 신장이식수술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가족들은 어머니 문영숙씨(42)의 콩팥으로 이식수술을 하기로 가족회의에서 결정했으나 혈액형이 맞지 않아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병원측의 통보를 받았다. 이에 1남2녀의 맏딸인 전양이 선뜻 나서 『내 콩팥을 떼내 아버지를 살리겠다』고 의료진에게 매달렸다.
딸의 콩팥을 받아 2월23일 메리놀병원에서 신장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친 전씨는 요즘 퇴원해 빠른 속도로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
지난 8년동안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을 치료비로 다 써버리고 보증금 6백만원·월세 6만원의 셋방에서 부인의 날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전씨지만 든든한 딸을 둔 덕에 마음은 늘 뿌듯하다.<부산=정용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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