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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골프장 + 주거단지 새 사업모델 통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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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남대문로 2가 한진빌딩 12층에 자리 잡은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 그룹의 이동준(67·사진) 회장의 집무실 벽에는 국내외 골프장 조감도가 가득했다. 현재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국내 및 미국·일본·중국·러시아에 있는 골프장들이다. 이들 조감도에는 한결같이 아름다운 풍광의 골프 코스를 배경으로 고급스러운 콘도나 빌라가 배치돼 있다. 바로 골프와 주거가 결합된 복합단지다. 이는 이 회장이 수년 전부터 구상하고 실행해 온 골프장 개발 방식이다.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는 경기도 기흥단지 내 골드CC와 코리아CC를 운영하는 부동산·레저 개발업체지만, 다른 골프장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펴고 있다. 한마디로 골프-휴식-주거가 공존하는 단지를 만들어 분양하는 것이 이 회장의 사업이다.

 “골프장만 지어서는 이제 경쟁력이 없습니다. 골프장 내에 주거단지를 개발해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음악회나 미술전시회도 열고 사교 모임도 하는 골프장 단지는 인구가 고령화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1993년부터 지금까지 골드CC 및 코리아CC 주변에 주거단지를 개발해 300여 가구를 분양했다. 최근에는 코리아CC 내 유휴 부지에 미국의 고급빌라 건축업체인 맥밀린과 함께 ‘투스카니 힐스’라는 브랜드의 고급 콘도 90여 실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성남과 강화에도 각각 9홀과 18홀 골프장 건설 및 이와 연계한 리조트 단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해외 골프 리조트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더 이상 국내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골프 사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의 세제 및 제도적 환경도 한 요인이 됐다.

 그가 2005년 4월 인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미큘라의 ‘선시티골프&아트빌 골프장’은 국내 기업이 정부의 해외 부동산 투자 승인을 받아 인수한 첫 해외 골프장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LA와 샌디에이고 중간에 있는 이 골프장은 약 92만㎡에 18홀 규모. 이 회장은 1000만 달러를 투자해 코스를 전면 개보수하는 등 낡은 골프장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현재 골프장 부지 내에 주택 500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엔 일본 오사카 인근 아와지섬에 있는 골프장(18홀)과 호텔을 인수해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고, 1월에는 중국 상하이 인근 난퉁(南通)에서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착공해 내년 봄 개장을 앞두고 있다. 해외 사업을 위해 이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50차례 가까이 출장을 다녀왔다.

 “앞으로도 중국 위하이에 400만㎡ 규모의 종합온천 위락단지를 조성하고, 일본 규슈 지역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계획이 많습니다. 한국과 미국-일본-중국을 연결하는 글로벌 체인으로 발전시켜야죠. 이렇게 되면 해외로 나가는 우리 골프 관광객을 자연스레 흡수하는 효과도 날 것입니다.”

 이 회장의 국제 감각은 20대 후반부터 해 온 무역업에서 다듬어졌다. 60년대 후반, 월남 참전 한국군에 식품을 보내던 회사에 다니다 “10년 후 사장이 돼야 하지 않겠나”는 학교 선배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했다. 동남아와 중동 시장을 열심히 뛰어다녔던 그는 몇 번의 부침을 겪은 끝에 80년대 초 골프장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부의 관광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82년 골드CC를 착공해 4년 뒤 완공한 것이다. 이후 전국 곳곳에 부지를 확보하는 등 확장 일로를 걷던 사업은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갖고 있던 땅도 팔고, 구조조정도 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죠. 한편으로는 골프장도 늘리고 주택 개발 사업도 펼치면서 자금난을 이겼죠. 97년부터 2002년까지 누적 적자가 2200억원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고생 고생하다 2002년부터 서서히 풀리더군요.”

 골프장 사업을 하는 만큼 골프에 대한 이 회장의 열의는 뜨겁다. 그는 골프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키울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성공한 출향 인사들이 출자해 골프장과 주택을 지으면 농촌 경제도 살리고, 귀향객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골프에 대한 그의 열의는 올해 7월과 8월 10억원을 후원해 남녀 프로골프대회(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 오픈)를 개최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개인적인 그의 골프 실력은 80대 중반.

 “앞으로 10년 정도는 현업에서 더 뛰면서 주거와 휴양이 어우러진 글로벌 골프 체인을 완성해 볼 계획입니다.”

글=이현상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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