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보 거듭 가능성 높아져-北美 3단계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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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美國정부가 북한 寧邊원자로 핵연료봉 인출과 관련한 또다른 양보여건을 마련함으로써 北韓.美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가능성이 한결 높아지고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 2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의 추가사찰이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어 북한.美 3단계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이 해소된 것으로 발표하고 최근 현안인 영변원자로 핵연료봉 인출문제에 대해 낙관을 표시한데 이 어 23일에는 인출핵연료봉이 추후 계측가능한 상태로 유지보관되면 3단계 고위급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고 표명,상당히 완화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정부가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조건으로 내세웠던 북한 7개핵시설에 대한 IAEA사찰여부와 남북한 특사교환문제가 각각 사찰진행과 조건철회로 마무리된 후 영변원자로 핵연료봉교체를 사실상 중요한 조건으로 다시 전면에 내세워 對북한 강경입장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이번 양보 시사는 3단계나 후퇴한 것이다.
미국은 핵연료봉교체시 IAEA의 입회와 시료채취를 강력하게 요구했었다가 북한이 핵연료봉 인출을 강행하자 先선별.보관 後계측으로 한걸음 물러섰었다.
미국정부는 이번에는 한걸음 더 물러서 IAEA와 입회및 사찰절차에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사용 핵연료봉에 대해 추후계측이 가능한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주면 계측문제는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로버트 갈루치美국무부차관보(북한핵담당조정관)와韓.美간 대응책을 논의한 金三勳핵대사는『북한.美 대화의 기초가무너지지 않는 시점까지 3단계 고위급회담은 진행될 수 있다』고韓.美간의 조율된 입장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측에 대해 미국과 IAEA의 압력에 굴복하지않고 원자로 핵연료봉교체문제를 북한 스스로 행동으로 결정했다는체면을 세워줌으로써 북한을 3단계 고위급회담으로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평가될 수 있다.
미국정부는 이같은 對북한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핵연료봉교체를 IAEA입회 없이 강행,북한원자로의 가동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상실하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지금까지 북한측에 제시했던▲對북한 외교승인▲경제지원▲경수로기술및 건설지원 외에▲인출핵연료봉 추후 계측문제를 집중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이같은 IAEA의 사찰절차합의 없는 핵연료봉 안전조치 허용 양보가 자칫하면 미국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측이「대화토대」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게 될 가능성과 위험을 크게 걱정하고 있는 상태다.미국의 양보에 따라 이제 북 한이 미국의입장을 얼마나 악용할 것인지,또는 對美관계개선의 절호의 기회로간주해 긍정적으로 나올 것인지가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의 열쇠가 되고 있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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