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름 장마보다 무서운 가을 장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남부지방 주민들이 수확철인 9월에 장마철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려 고통을 받고 있다. 청명한 9월이 우기(雨期)로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올해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제주시는 제11호 태풍 나리(NARI)의 영향으로 16일 하루 동안 420㎜의 비가 내렸다.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하루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았다. 제주시에는 4~6일에 매일 49~114㎜, 14~15일에는 각각 80㎜씩 비가 내렸다. 9월 들어 16일까지 제주시에 내린 비는 837.1㎜다. 연평균 강수량의 58%에 가까운 양이다. 이는 6월(101.9㎜), 7월(302.8㎜), 8월(231.7㎜)에 내린 비의 양보다 많고, 평년 9월 한 달 강수량(188.2㎜)의 4.4배나 된다.

전남 고흥.순천.완도.진도와 경남 산청.거창의 9월 강수량도 500㎜가 넘는다. 태풍 나리의 영향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강수량이 평년의 2, 3배가 넘는다.

◆왜 많이 왔나=비가 많이 내린 지역은 한반도 남서지역에서 북동쪽의 강원도 강릉까지 대각선의 띠 모양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벗어난 서울에는 같은 기간 110.8㎜, 부산은 150.7㎜의 비교적 적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가을 장마와 열대저압부, 태풍이 한꺼번이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엔 물러가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 찬 공기가 만나 며칠씩 비가 계속되는 가을장마가 나타났다. 또 6일 일본으로 상륙한 제9호 태풍 '피토'가 한반도 주변으로 밀어올린 수증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만나면서 많은 비를 뿌리기도 했다.

여기에다 태풍 나리보다 먼저 생긴 열대저압부, 즉 세력이 태풍보다 약한 '꼬마 태풍'이 14~15일 폭우를 쏟았다.

서울대 허창회(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8~9월이 태풍 시즌이기 때문에 9월에도 비가 많이 내린다"며 "그러나 올해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 더 온다=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중국 상하이를 향해 북서진하고 있는 제12호 태풍 '위파(WIPHA)'의 영향으로 19~20일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위파는 중심 최대풍속이 43m인 중규모의 강한 태풍이다. 이 태풍은 상하이 부근에서 방향을 틀어 20일 오후 9시에는 베이징 남동쪽 7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목포와 같은 위도의 서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통보관은 "18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19~20일에는 태풍 위파가 몰고 온 다량의 수증기로 인해 많은 비가 예상된다"며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는 이틀 정도 더 지켜봐야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