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순례>2.대금정악 淸聲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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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의 전통음악은 크게「正樂」과 「民俗樂」으로 나누어진다.민속악이 서민들의 생활음악이라면 정악은 궁중에서 제의나 의전행사에 사용했던 禮樂과 사대부들이 즐기던 음악을 총칭하는 말이다.
흔히 민속악은 맑고 깨끗한 시냇물로,정악은 깊고 넓은 長江에 비유된다.따라서 정악은 흐름이 잔잔하고 웅대해 순간적인 흥이나신명을 끌어내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화평하게 다스리는 힘을 지니고 있어 인성을 닦는데는 더할 나위없다.처음 듣는 이에게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않은 정악이지만 「가을 하늘에 기러기 날아가는 소리」「대나무숲을 지나는 청량한 가을바람 소리」로 표현되는 대금의 경우는 한국인의 만감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관악기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지난 68년에 중요무형문화재20호로 지정된 「대금정악」의 대표적인 독주곡으로는『靈山會相』을 비롯,『淸聲曲』『慶豊年』『艶陽春』등이 있으며 이중 백미로 꼽히는 것이『堯天舜日之曲』또는『청성자진한잎』등으로도 불리는 『청성곡』이다.
유네스코가 기획한 세계각국의 민속음악컬렉션에도 우리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9곡의 하나로 포함된『청성곡』은 맑고 높은 가락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맛이 일품이다.
대금소리는 서양음악의 바이브레이션에 해당하는 농현도 중요하지만 청공에 붙인 청(갈대속의 얇은 막)의 미묘한 울림을 어떻게잘 다스리느냐에 크게 좌우된다.높은 음으로 구성돼 있는『청성곡』의 경우는 특히 청의 울림에 따라 음색이 완연 히 달라지고 연주자의 기량이 판가름난다.
현재 대금정악의 최고연주자는 중요무형문화재『종묘제례악』『대금정악』기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인간문화재 金星振선생(78).15세에 李王職아악부원양성소 4기로 입소,명금으로 불리는 金桂善을 비롯해 朴昌均(1기생).金千龍(2기생)등의 가락을 이어받았다. 대금연주는 1시간이상 악기를 어깨 위에서 수평을 유지해야 하고 6개의 지공은 구멍.간격이 넓어 체구가 장대하고 손가락 마디가 굵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연주시간은 5~6분가량으로 큰 부담없이 즐길만하다.음반은 中央日報社가 간행한 『국악의향연』과 (주)성음이 라이센스로 제작한 『유네스코컬렉션』이 있고,테이프로는 성음제작『한국음악선집』속에 포함된 것이 있다.CD로는 SKC가 제작한『국악』 시리즈에 전수자 김응서의 연주곡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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