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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 덮친 '신정아 쓰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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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 대통령이 "참 난감하게 됐다"고 말했는가 하면 권양숙 여사가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통령 부부가 공개 석상에서 같은 사건을 입에 올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선 경선 후보끼리 연루 의혹을 둘러싸고 언쟁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연일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의 윗선이 청와대가 아닌가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13일에도 그랬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다른 윗선이 있는지 그리고 누구인지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0분간의 브리핑 대부분을 신씨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데 소진했다.

김윤재 정치컨설턴트는 "(변-신씨 사건은) 권력.여자.돈 등 국민이 이해하고 주목하기에 딱 좋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90여 일 남겨두고 극적인 역전을 기대하는 범여권은 울상이다. 신당의 한 인사는 "참 나…"라고 혀를 찼다. 그의 표정에는 곤혹감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또 다른 인사는 "신정아 쓰나미에 모든 이슈가 소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대선 전략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전략은 단순했다. 국민경선을 통한 흥행 몰이, '이명박 검증',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상황 반전에 사활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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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신정아씨 사건으로 이쪽 (경선) 흥행은 완전 실패했다. 국정감사에서 하려던 이명박 검증도 다 막혔다"고 토로했다. 10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이명박 국감'으로 끌고 가려던 계획이 헝클어졌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해 신당 최재성 공보부대표는 "자꾸 흥미 위주로 가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복잡한 분위기다. 정권 차원의 신뢰성.도덕성 실추는 물론, 노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남북 정상회담의 추진력이 뚝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표정을 관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이명박 후보가 운이 좋다"는 귀엣말이 돌아다닌다. 신씨 사건이 곧 권력형 비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형준 대변인은 "설령 신씨 사건의 파문이 가라앉아도 국정조사 등을 하면 다시 이슈화될 수밖에 없다. 신당도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감에서 맞불성 대여(對與) 공세 소재를 확보했다는 안도감도 있다. 대선준비팀장인 정두언 의원은 "취약한 건 오히려 저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적으론 "신씨 사건을 너무 앞세우다 보면 너무 정략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면이 부각되면 사안의 본질이 왜곡될 수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박 대변인)는 긴장감도 있다.

한 중진 인사는 "신씨로부터 그림을 샀다는 한나라당 의원도 있다"는 말도 했다.

이 후보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흥미 위주로 가선 안 된다. 권한을 남용했느냐 안 했느냐는 법적 차원에서 따질 것은 엄밀하게 따지되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해야 한다"거나 "(노 대통령으로선) 등잔 밑이 어두울 수가 있다"고 에둘러 말한 게 전부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는 개인 사생활을 들춰내거나 정치 쟁점을 두고 직접 청와대와 맞서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라고 전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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