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적자는 쌓이는데…" KT 공중전화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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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KT가 ‘공중전화 사업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안 하자니 국민이 불편해할 것이고 계속 하자니 쌓이는 적자액이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닙니다. 1962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공중전화는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무선호출기(일명 ‘삐삐’)가 주요 이동통신수단이던 90년대 초·중반에는 한국전기통신공사(KT의 전신)의 대표적 효자사업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후 휴대전화 사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공중전화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됐습니다. 97년 683만 대이던 휴대전화가 2006년 말 4020만 대로 느는 동안 공중전화 보급 대수는 43만 대에서 22만 대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자연히 공중전화 사용시간도 크게 줄었지요. 2000년 38억 분이던 공중전화 통화시간은 2006년 6억 분에 그쳤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공중전화사업의 매출액은 2001년 3400억원에서 지난해 780억원으로 떨어졌고 KT는 2001년 이후 매년 500억~140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일반기업에서 이 정도 적자를 낸다면 바로 접었을 사업입니다. 하지만 KT는 그럴 수 없습니다. 공중전화 사업은 ‘국민 서비스’의 하나입니다. 공중전화를 포함해 시내전화·도서 통신·선박 통신 등은 통신법상 KT가 꼭 해야 할 ‘4대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돼 있습니다. 국민 역시 공중전화가 존속되기를 바랍니다. 올 2월 온라인 마케팅 조사업체 엠브레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중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KT는 정보통신부와 국회를 상대로 공중전화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3분당 70원인 시내통화 기본료를 100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금이 실제 인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청와대까지 나서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라서 인상 시점도 좋지 않습니다.

 업계 한쪽에선 “KT가 공중전화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먼저”라는 소리도 들립니다. 불필요하게 운영 중인 공중전화가 없는지, 또 공중전화 운영 인력이 적정한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렇더라도 KT의 요금 현실화 요구에 아주 귀를 막을 수는 없을 듯합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 공중전화 요금이 싼 편에 속합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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