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애니메이션 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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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고철로 만든 로봇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左)강원영상진흥원 애니메이터들이 애니메이션 원화작업을 하고 있다. (右) [강원영상진흥원 제공]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기업인 도에이 애니메이션 대표 다카하시 히로시,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만화영화 『아톰』을 만든 데츠카 프로덕션 대표 마츠타니 다카유키,중국 최대 방송인 CCTV 산하 애니메이션 제작사 주풍영 사장, 차이나 필름 그룹의 황요조 사장.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산업계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다. 이들이 최근 춘천에 모였다.

 춘천애니메이션포럼(8~10일)에 참가한 이들은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한 주제를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본과 중국의 애니메이션 관계자가 주목할 만큼 춘천 애니메이션 산업이 도약하고 있다. 춘천은 1997년 만화 영상도시를 표방하고 애니메이션 산업을 육성했다. 2000년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스튜디오를 만들고 각종 장비를 구축했다. 한신코퍼레이션 등 한때 2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애니메이션 붐이 일었다. 그러나 2001년 정부 지원이 끊기고,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침체로 대부분 업체가 수도권으로 되돌아 가거나 도산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강원영상진흥원이 출범하면서 달라졌다. 외국업체와 공동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우수한 창작 애니메이션을 기획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활기를 찾았다. 인력이 300여 명(프리랜서 포함)으로 늘고, 올해 매출도 7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 상위권이다.

 ◆창작 애니메이션 활성화=이번 포럼에서 『공룡- 모기대소동』이 처음 상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국 카룬동화영시공사가 투자한 12분짜리 공룡시리즈(3편) 가운데 하나로 2편까지 제작돼 27일부터 중국에서도 상영된다.

 한국의 전통 가면을 소재로 한 『각시탈』은 미국 HFP, 중국 카룬과 투자계약을 맺고 11월 제작에 들어간다. 이 작품은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파워 마스크』란 제목으로 상영될 계획이다. 또 유아용으로 기획한 『팜팜』도 이번 포럼에서 중국 차이나 필름, 일본 요미우리 산하 요미꼬 등과 투자협상을 마무리하고 11월 제작을 시작한다. 2005년 미국의 애니메이션 케이블방송 니켈로디안 공모에서 채택된 『탁터 디 & 비트 보이』도 제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쉐이킹』 『마이 빅 덤 지니』등 5~6편의 창작물도 기획 중이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제작 능력=강원영상진흥원은 미국 EA(Educational Adventure)로 부터 어린이안전교육 시리즈 ‘데인저 레인저스(Danger Rangers)’를 수주 받아 만들고 있다. 진흥원이 레이아웃부터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맡은 것으로 제작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다. 진흥원은 2006년 미국 공영방송(PBS)으로 방송된 이 작품에 100만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지역 판권을 확보했다. SBS에서 방영한 『접지전사』도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 일본 등의 업체를 끌어들여 제작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설기환 기반조성본부장은 “창작기획물도 외국과 직접 접촉해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췄다”며 “강원영상진흥원이 끌어가는 춘천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하나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인프라=체계적으로 구축된 100억 원 대의 각종 장비와 애니메이션박물관도 애니 산업 발전에 동력이 되고 있다. 2003년 10월 춘천시 서면에 문을 연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은 1800년대 환등기 및 슬라이드를 비롯해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탄생 및 발전, 애니메이션의 종류, 한국애니메이션의 역사 등을 보여주는 4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216석 규모의 전용 극장 ‘아니마떼끄’는 매일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4년 동안 58만여 명이 다녀갔다.

 지난 7월에는 박물관 옆에 스톱모션관이 들어섰다. 찰흙 인형 등을 조금씩 움직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간이다. 이로써 강원영상진흥원은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춘천=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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