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현실만큼 극적인 드라마는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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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여자의 입김이 세졌다=‘부부클리닉’ 현역 PD들이 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여성의 지위 변화다. 제1회부터 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곽기원 PD는 “1999년, 2000년까지만 해도 며느리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고부갈등이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거꾸로 시어머니가 당하는 갈등이 더 많다”고 말했다. 불륜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남자의 바람기에 일방적으로 고통받는 아내’거나 여자는 바람을 피워도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정도의 순정파로 그려졌지만 지금은 남녀 차이가 없다. 여성의 ‘순결’ 문제는 방송 아이템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시어머니는 트랜스젠더=지난달 방영된 제 398화 ‘시어머니는 남자’는 시어머니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돼 갈등을 빚은 며느리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399화 ‘씨받이 신부’는 한국에 시집 온 외국 여성이 알고 보니 불임 부부의 씨받이로 이용됐다는 내용이다. 시청자들은 이 두 드라마에 대해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지만 허주영 PD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고 밝혔다. 현실만큼 극적인 드라마도 없는 셈이다. 몸짱 열풍이 불던 세태를 반영한 ‘나도 몸짱 아내를 갖고 싶다’(2004년), 스와핑을 다룬 ‘체인징 파트너’(2003년), 황혼 이혼을 소재로 삼은 ‘황혼의 아우성’(2002년)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소재가 등장했다.

 ◆유사 프로그램 봇물=8년 전만 해도 금기시됐던 부부 문제는 이제 브라운관 단골 소재가 됐다. 채널 CGV는 이혼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을 알아보는 드라마 ‘파경’을, 스토리온은 문제 있는 부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스토리쇼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를 내보내고 있다. tvN ‘김구라의 위자료 청구소송’은 이혼하면 위자료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계산해 보는 내용이다. 그러나 똑같이 19금을 달았어도 진한 키스신 하나 나오지 않는 ‘부부클리닉’은 양반축에 낀다. 허 PD는 “이혼 부부 사례를 거울로 삼아 건강한 가정을 만든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싸우는 프로그램이란 인식이 있는 마당에 더 ‘독한’ 프로그램들의 원조로 불리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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