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증시 석권 노리는 일본/중국·대만 우선 공략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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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유럽에 뺏긴 입지 만회 별러/대형증권사 사무소 개설 잇따라
『아시아 증권시장을 장악하라.』
지난해 상해 석유화학이 대량의 H주(홍콩에 상장된 중국주식)를 예탁증권(ADR)으로 뉴욕거래소에 상장시켰다는 뉴스를 접한 일 증권업계는 『중·미에 선수를 빼앗겼다』며 무릎을 쳤다.
대장성·일본 증권업협회가 지난달 10일 상해 증권거래소를 「외국 유가증권시장」으로 지정,자국 주식투자가들의 대중투자를 허용한 것은 이에 자극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정부는 지금까지 상해에 상장된 「B주」(외국투자가에게도 매매가 인정되는 중국주식)를 전문기관 투자가에 한해 구입토록 제한하는 등 평소 아시아 무대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중국개방경제의 중심도시 가운데 하나인 심천을 「지정시장」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대장성·증권업계가 하나가 되어 중국·대만마켓 동시석권을 노림은 물론 미·유럽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며 아시아 침투작전을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대북에는 현재 노무라(야촌)·다이와(대화)·닛코(일흥)·야마이치(산일) 등 4대증권 사무소가 있다. 그러나 이들 사무소는 아직 정식지점으로 격상되지 않고 있다.
동경내 대북사무소 지점 승격문제가 상호주의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근들어 대만 공략을 현실화하는데 따른 득실계산에 한창이다.
대형증권회사들은 『대만은 개인중심의 투기성이 강한 곳이라 잠식하기 쉽지 않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선행투자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 말하고 있다.
4대 증권외에 산요(삼양)·신니혼(신일본)·와코(화광) 등도 곧 대만에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 대장성이 일반투자가들에게 안정성을 보장하는 시장은 26개국 35곳으로 그중에서도 홍콩·콸라룸푸르·싱가포르·마닐라·마카치(비)·방콕·자카르타 등 7곳이 상위에 올라있다. 서울·대북은 아직 정부의 외자규제가 남아있어 당장은 시장 지정이 불가능하나 양국 모두 외국인투자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서울의 경우 현재 다이와증권만이 지점을 갖고 있는데 올해안에 3∼4개사가 광화문안에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려증권이 홀로 진출해있는 한국 증권사들도 머지 않아 일본에 다수 진출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증권회사들은 지금 일본주·아시아주 매매 및 중개,공공기관과 사기업의 자금협조 등 실지회복을 위한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추었으나 앞서 언급한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아직은 앞마당 아주에서 구미세에 뒤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대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이상 구미세와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시아는 외국시장이 아닌 국내시장의 연장』이란 일 증권업계의 호언처럼 시차·지리적 측면에서 유리한 「일본주식회사」의 도전이 주목되고 있다.<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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