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극단 배꼽 "병사와 수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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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건강한 웃음을 모토로 코미디 전문극단을 선언하고 나선 극단 배꼽(대표 김형곤.개그맨)의 첫 공연작『병사와 수녀』는 원색적인 언어와 욕설,자극적인 대사만이 난무한 무대였다.
〈사진〉 개그맨 김형곤이 병사로,탤런트 박현숙이 수녀로 나와1시간30분을「아무생각없이 웃겨주겠다」는 약속은 그대로 지켜지는듯 했다.병사 김형곤이 아무에게나 욕설을 퍼붓고 자기몸집의 반밖에 안되는 수녀 박현숙에게 가학적인 몸짓을 해댈 때마 다 객석에서는 「정신없는」폭소가 터져나왔다.그것은 남의 안방을 몰래 구경하며 낄낄대는-건강한 웃음과는 거리가 먼-내밀한 쾌감을부추기는 웃음이었다.
막간 형식을 빌려 관객들에게 물어대는 질문도 너무 낮뜨거운 것들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 찰스 쇼원작의『병사와 수녀』는 인간심리의 밑바닥과 신앙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문제작.극한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진지한 삶에 대한 모색을 담고있는 정통 심리극이다. 그러나 극단 배꼽의『병사와 수녀』는 무인도에 단둘이 남게된 병사와 수녀라는 상황설정,즉 껍데기만을 가져오고 알맹이는완전히 바꿨다.연출자의 말을 빌리자면 패러디의 기법을 활용해 비극을 희극으로 환골탈태시켰다는 것이다.이른바 우리정 서에 맞는 섹스-코미디物로 재구성했다는 얘기다.
외국物을 번안할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들고나오는 말이「우리정서」지만 철저히 성관계와 욕설을 위주로 구성된 대사마저「우리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관객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궁금해진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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